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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에서 무르녹은 봄을 좋아할까?

빈천에 쪼들리는 집에 봄이 깊었으나

황량한 뜰 안 길 풀이 마구 자랐고,

사방 둘레에 시들은 꽃 흩어졌네

남편은 밭갈이에서 지쳐 돌아왔거늘,

아낙은 나가 고생스런 품팔이하네

곤궁에 빠진 그들에겐 평탄한 길도,

포야(褒斜)언덕보다 험난하여 걷기 힘드네

-백거이(白居易 772~846)

(장기근 옮김)

당나라의 시인 백거이(字: 樂天)가 지은 오언율시. 포야(褒斜)는 중국 섬서성에 있는 험준한 계곡이다. 5행의 ‘남편’(한시 원문은 ‘奴’)을 ‘종’으로 해석한 번역도 있는데 부인이 품팔이를 하는데 종을 부렸을까? 원진(元稹)이 쓴 ‘봄이 깊다(春深)’라는 시에 화답하여 지었다 하여 화춘심(和春深)이라는 제목을 붙였다. 같은 제목의 시가 8수 있는데, 봄에 놀고 즐기는 사람들을 그린 제1수와 비교해 읽으면 풍유(諷諭)의 뜻이 더 명확해진다. “부귀를 누리는 집에 봄이 깊었으니/(…)비단옷 걸친 미녀들이 대오를 짜고/ 금은보배 장신구로 수레를 장식했네/ 그들 앞에 고생되는 일 없거늘/오직 해가 짧아 걱정이리라!”(늦봄에 화창한다-제1수) 부귀한 집안과 빈천한 집의 봄을 실감나게 대비시킨 솜씨도 뛰어나거니와, 어려운 백성들을 생각하는 그 마음을 나는 높이 평가하고 싶다.

*

和春深-其二 (시 원문)

何處春深好

春深貧賤家

荒凉三徑草

冷落四隣花

奴困歸傭力

妻愁出賃車

途窮平路險

擧足劇褒斜

-백거이(白居易 772~8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