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세자의 집무 공간인 경복궁 계조당이 110년 만에 제 모습을 되찾고 전시 공간으로 재탄생했다. /남강호 기자

조선시대 왕세자의 집무 공간이자 왕실의 정통성을 상징하는 장소인 경복궁 계조당(繼照堂)이 110년 만에 제 모습을 되찾고 관람객을 맞는다.

계조당은 1443년 세종이 훗날 문종이 되는 왕세자를 위해 건립했다. 경복궁 동쪽에 자리 잡은 동궁(東宮) 권역의 중심 건물로, ‘계승해 비춘다’는 이름부터 왕위 계승을 상징한다. 문종은 이곳에서 정무를 보거나 외국 사신을 접견했다. 문종의 생전 뜻에 따라 단종이 즉위한 1452년 철거됐다가 고종 때 경복궁을 중건하면서 1868년 다시 지었고, 당시 왕세자였던 순종이 사용했다. 이후 일제강점기 조선총독부에 의해 완전히 철거된 건물을 문화재청이 발굴 조사를 거쳐 올해 9월 복원을 마쳤다.

'왕세자의 공간, 경복궁 계조당' 전시가 열리는 계조당 내부 모습. 임금이 왕세자에게 내리는 교명, 죽책, 옥인 등의 복제유물이 전시돼 있다. /남강호 기자

새롭게 문을 연 계조당은 두 왕세자의 일상을 보여주는 전시 공간으로 재탄생했다. 문화재청 궁능유적본부와 한국문화재재단은 15일부터 12월 18일까지 계조당에서 복원 기념전 ‘왕세자의 공간, 경복궁 계조당’을 연다. 전시는 조선의 왕세자, 계조당의 왕세자, 왕세자의 의장, 동궁과 계조당 등 4부분으로 구성됐다. 왕세자 책봉 과정에서 임금이 왕세자에게 내리는 교명, 죽책, 옥인 등을 복제 유물로 보여주고, 계조당을 사용한 두 왕세자, 즉 문종과 순종 관련 유물도 복제품으로 선보인다. 역대 국왕의 글과 글씨를 모아 놓은 ‘열성어필(列聖御筆)’에 실린 문종의 글씨, 왕세자가 행차할 때 권위를 상징하기 위해 들었던 깃발 ‘기린기’를 볼 수 있다.

왕세자가 행차할 때 권위를 상징하기 위해 들었던 깃발인 '기린기'(왼쪽)와 '백택기'. /남강호 기자

계조당 내부는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 개방한다. 전시가 열리는 동안 토·일요일에는 전문해설사와 함께 계조당과 자선당, 비현각 등 동궁의 주요 건물을 둘러볼 수 있는 특별 해설 프로그램도 열린다. 단, 해설 프로그램은 예약 필수. 예약은 티켓링크를 통해 회차당 15명씩 선착순으로 신청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