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석준 대법관 후보자가 2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의원들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윤석열 정부의 첫 대법관 후보자로 지명된 오석준(59·사법연수원 19기) 후보자가 29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김명수 대법원장의 ‘고등법원 부장판사 승진제 폐지’에 대해 “사건 처리가 늦어지는 폐단이 있다”고 했다.

이날 국민의힘 박형수 의원은 “과거 고법부장 승진하려면 사건 처리에 신경 써야 했는데 승진제 폐지로 (판사들이) 열심히 일할 동기가 없어지고 재판 지연이 나타나게 된 요인 중 하나”라며 오 후보자에게 의견을 물었다. 오 후보자는 “(승진제를) 폐지한 지금 사건 처리가 늦어지게 되고 (재판 지연) 통계에 신경을 안 쓰게 되니까 폐단이나 부작용이 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고 했다.

오 후보자는 김 대법원장이 도입한 ‘법원장 후보 추천제’에 대해서도 “법원장을 투표로 뽑는 것 자체로 곤란한 측면이 있다”면서 “장차 재판 지연의 요인으로 확실하게 작용할 수도 있겠다”고 했다.

고법부장 승진제 폐지와 법원장 후보 추천제는 김 대법원장이 2017년 9월 취임 이후 시행한 것이다. 법관들이 대법원장이나 후배 판사들에게 잘 보이면 법원장도 될 수 있으니 제때 재판하려고 노력할 이유가 없어질 것이라는 지적이 있었다. 실제로 최근 5년간 전국 법원에서 1심 판결까지 2년 넘게 걸리는 ‘장기 미제’ 사건이 민사소송은 약 3배로, 형사소송은 약 2배로 증가했다.

29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발언하고 있는 오석준 대법관 후보자. 이날 오 후보자는 김명수 대법원장 시기 도입된 ‘고등법원 부장판사 승진제 폐지’와 ‘법원장 후보 추천제’의 문제점에 대해 지적했다. /국회사진기자단

이날 청문회를 지켜본 한 법조인은 “오 후보자가 김명수 대법원의 재판 지연 등 문제를 정면 비판했다”고 했다. 오 후보자는 청문회 인사말에서 “사법부에 대한 국민 신뢰가 회복되지 못하고 있는 현 상황을 매우 엄중히 받아들인다”면서 “사법부 구성원 모두 편향에 빠지지 않도록 경계를 늦추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오 후보자는 윤석열 대통령과 친분에 대해 “대학 때 식사를 하면 술을 나누고는 했다”면서도 “최근 10년간 만난 게 다섯 번 안 될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 양이원영 의원이 “(대법관이 되면) 윤 대통령 전화를 안 받겠다는 자신이 있느냐”고 묻자, 오 후보자는 “예. 전화가 오더라도 끊겠다”고 했다.

오 후보자가 2011년 버스 기사가 800원을 횡령했다는 이유로 해고한 버스 회사의 조치가 정당했다고 판결한 것에 대해, 민주당 이탄희 의원은 “버스 기사가 해고 후 막노동을 전전하고 있다”고 했다. 오 후보자는 “그분이 저의 판결로 어려움을 겪고 있을 수 있다는 생각에 마음이 무겁다”고 했다. 오 후보자는 당시 재판에서 본인의 고등학교 후배이며 사법연수원 동기인 변호사가 버스 회사를 대리했다는 지적이 나오자 “오래전 일이라 잘 몰랐고 이번에 판결문을 보고 알게 됐다”고 했다.

오 후보자는 “(대법관 퇴임 후에)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활동은 할 생각이 없다”고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