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대한민국을 상상하다

최정호·김진현·김경동·오명 지음|박성희 엮음|21세기북스|304쪽|2만8000원

한국미래학회 소속 석학 4인이 각각 우리 사회의 발전 과정과 미래 방향을 분석한 대담을 엮었다. 이들은 대한민국을 ‘이니그마(enigma)’, 즉 수수께끼라고 표현한다. 전쟁 후 폐허와 같던 가난의 땅이 세계에서도 손꼽게 빠른 발전 속도로 풍요롭게 바뀐 사례여서다. 이들은 특히 전근대, 근대, 탈근대가 집약적으로 착종(錯綜)된 것이 우리 사회 발전 양상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고 보는 ‘시관(時觀)’의 개념을 주목한다.

예컨대 저자들에게 한국의 1960년대는 ‘개발의 연대’다. 농경에서 산업 사회로 이륙하는 과정이 중앙집권적 전통과 융합되면서 법치의 미비와 같은 해결 과제를 남겼다는 것. 한국의 집단주의적 근대화 과정은 선비 문화와 유교의 전통, ‘한’과 ‘체면’이란 감정 구조와도 연결돼 있다. 20세기 한국은 ‘해양화된 한국’으로 부를 수 있다. 본래 대륙 문명권에 속했지만, 국제 정세와 미국의 지원으로 해양 세력으로 재편됐다는 뜻이다. 저자들은 우리 사회의 과거 성장 흐름을 돌아보고 이해한다면 새 미래를 열기 위한 가능성과 해법을 얻을 수 있다고 조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