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에 가까운 치사율로 축돈 농가에 큰 피해를 입혀온 아프리카돼지열병(ASF) 백신 개발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21일 국립야생동물질병관리원에 따르면, 국내 야생 멧돼지에서 분리한 ASF 바이러스를 이용해 개발 중인 백신 ‘ASFV-MEC-01′이 돼지를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높은 수준의 항체 형성 효과를 보였다.

관리원은 돼지에게 2주 간격으로 백신을 두 번 접종한 뒤 ASF 바이러스에 노출시킨 결과, 노출 3~7일 후 발열 증상이 나타났으나 6마리 중 4마리가 12일이 지나기 전 체온을 정상 수준으로 회복했다고 밝혔다. 반면 백신을 맞지 않은 돼지는 12일 전에 모두 폐사했다. 백신을 접종한 모든 돼지는 접종 2주 차에 기준치 이상의 항체가 나왔다. 연구진은 “3차에 걸친 실험에서 백신의 안전성과 효능이 병리학적으로 확인됐다”고 했다.

관리원은 조만간 농림축산식품부에 야외 임상시험 승인을 신청한 뒤 시제품을 만들어 내년에 베트남에서 시험을 이어갈 예정이다. 관리원은 작년 10월 개최한 ‘국제 야생동물 질병에 관한 정책 원탁회의’에서 베트남 측과 ASF 백신 야외 임상시험 공동연구 계획을 논의했었다.

ASF는 전파 속도가 빠르고 뚜렷한 예방이나 치료법이 없어 일단 감염이 확인되면 광범위한 살처분으로 대응해왔다. ASF는 1921년 케냐에서 처음 발병했다. 현재 유행하는 ASF는 2007년 조지아공화국에서 시작돼 2018년 중국을 거쳐 아시아 전역으로 확대된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에선 사육돼지와 야생멧돼지가 각각 2019년 9월·10월에 처음 ASF에 감염됐다. 이후 올 2월까지 경기·강원·충북·경북·부산 등 전국 농장 40곳에서 ASF가 발생해 52만 마리가 살처분됐다. 야생 멧돼지는 이달 15일까지 3978마리가 확진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