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로이터=연합뉴스) 뉴욕 유엔본부의 안전보장이사회 회의장 풍경. 지난 8월 라파엘 그로시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이 11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사태 관련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긴급회의에 화상으로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전쟁 당사자인 러시아 등의 거부권 행사로 안보리는 우크라이나 사태에 어떤 구속력 있는 결정도 내지 못하고 있다.

유엔총회가 한창 진행되는 가운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예비군 30만명 동원령을 내리고 핵무기를 사용하겠다고 위협하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상임이사국인 러시아의 권한을 제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무기력하고 무능한 모습을 거듭 노출해온 안보리에 대한 개혁 논의가 커지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21일(현지 시각) 유엔총회 연설에서 “안보리 상임이사국이 주권국가를 지도에서 지우려고 이웃을 침공했다”며 “안보리를 신뢰할 수 있고 효과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예외적이고 특별한 상황을 제외하고는 거부권(veto) 사용을 자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은 안보리 상임·비상임 이사국 확대를 지지한다”고 발언, 이사국 대상국을 확대하고 권한을 분산해야 한다는 구상을 밝혔다. 미국 대통령이 유엔총회에서 안보리 개혁안을 공식 거론한 것은 처음이다. 바이든은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 및 주요국 정상들과 회담에서도 안보리 개혁을 거론한 것으로 알려졌다.

(뉴욕 로이터=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제77차 총회장에서 연설하고 있다. 유엔총회에서 미국 대통령으로선 처음으로 유엔 안보리 등 유엔 개혁안을 공식 거론했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도 이날 연설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유엔 헌장에 명시된 국제 질서의 근간을 흔들었다”며 “이제 안보리 개혁을 논의할 때다. 세계 평화를 지키려면 유엔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했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러시아의 전쟁범죄는 물론, 북한과 시리아에서 일어나는 인권 탄압에 대처하기 위해서라도 안보리 개혁이 필요하다”며 “독일이 상임이사국이 돼 유엔에서 더 많은 책임을 지겠다”고 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화상 연설에서 “침략자가 국제기구의 의사결정 당사자라면 격리될 필요가 있다”며 “안보리에서 러시아의 거부권을 박탈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보리는 유엔에서 국제법적 구속력이 있는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유일한 기구다. 하지만 미국·중국·영국·프랑스·러시아 등 5개 상임이사국 만장일치제로 운영해서 한 국가라도 거부권을 행사하면 모든 논의가 봉쇄된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했지만, 침공 당사자인 러시아의 거부권 행사로 안보리는 전쟁 규탄·제재 결의안조차 내지 못했다. 상임이사국은 2차 대전 승전국 모임일 뿐, 77년이 지난 지금의 경제·안보 역학 구도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 속에 ‘유엔 무용론’도 확산하고 있다. 안보리 상임이사국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유엔 헌장을 개정해야 한다. 이를 위해선 5개 상임이사국(미국·영국·프랑스·중국·러시아) 전체의 찬성과 회원국 3분의 2 이상의 동의가 필요하다. 일본·독일·인도·브라질 등 4국이 유엔에서 ‘G4′를 결성해 상임이사국 진출을 추진해왔지만, 그동안 러시아·중국 등의 반대로 뜻을 이루지 못했다. 이 때문에 러시아가 동의하지 않는 한 유엔 안보리 개혁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지적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