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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부터 서울 한복판이 어수선하더라니. 오후 근무 들어오는 동료 대부분이 늦었다. 무슨 집회가 있다나. 그 넓은 찻길이 온통 그들 차지였다. 어느 건물 앞 볼일 보려는 줄이 길었다. 정작 이곳 사람들은 볼일 다 봤군. 이동식 화장실 차도 있었다. 버젓이 찍힌 경찰 표지. 시위 과잉보호도 모자라 생리 현상까지 보살피다니. 갸우뚱하기엔 언론 종사자로서 걸리는 게 한둘이라야지.

‘세 번째 확진자 6일간 몇 명 만난지 몰라.’ 코로나 공포가 한창일 때 어느 기사 제목이다. 감염 경로를 밝혀내기 어렵다는 얘기였는데 ‘만난지’가 기본을 벗어난 엉터리. 이때 ‘ㄴ지’는 의문을 나타내는 연결어미로, 받침이 ‘ㄹ’이거나 없는 형용사에 붙는다. 한데 ‘만나다’는 동사라서 형용사와 달리 ‘(만났)는지’를 써야 한다. ‘비가 내리는지 창밖이 어두워졌다’ ‘비가 내렸는지 땅이 축축하다’처럼.

다만 형용사도 과거일 때는 ‘는지’를 쓴다. ‘어제는 정말 기뻤는지(기쁜지 X) 만세 소리가 절로 났다’ 식으로. 물론 현재형이면 당연히 ‘누가 빠른지 겨뤄봐야 안다’처럼 ‘ㄴ지’가 맞는다.

작가마저도 이런 잘못을 저지른다. ‘(옆 사람이) 뭐라고 한지 알 수 없었지만 웃는 걸 보니 적대감은 없는 것 같았다.’ ‘했는지’(’하는지’도 된다)로 써야 옳건만. ‘지난 일요일에 어디를 다녀온지(다녀왔는지 O) 가물가물하다’고 한 꼴이다.

‘는지’를 다루는 김에 짚고 넘어가자. ‘뒷동산에 올라서면 우리 마을 보일런지/ 나팔소리 고요하게 밤하늘에 퍼지면….’(김광석 ‘이등병의 편지’) 노랫말까지 꼬장꼬장 따지려는 게 아니다. 물론 가사도 그러면 좋겠지만, 기사(記事)만큼은 ‘보일는지’로 올바로 쓰자(’른지’도 틀린다).

대규모 집회가 다음 날에도 있었는데…. 그럴 때마다 애꿎은 사람들이 피해 봐도 사과했다는 소리 못 들어봤다. 하면, 우리도 모여 외쳐볼거나. 서민오락 당구요금, 세금으로 지원하라. 시답잖은 동호인 나부랭이들이 헛소리한다고 난리 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