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 ‘새올’ 행정정보시스템이 마비되면서, 민원서류 발급뿐만 아니라 예산·인사·복지·회계 등 지방행정 업무 대부분이 중단됐던 것으로 나타났다. 새올과 연계해 지자체에서 쓰는 e호조(예산·회계), e나라도움(보조금), 인사랑(인사·복무 관리), 행복e음(사회복지) 등도 먹통이 됐기 때문이다.
지자체 공무원들은 새올을 통해 전자 기안이나 결재 등의 업무를 처리해 왔다. 그러나 전산이 마비된 당일 시스템 복구 후 소급 처리하기로 하고 수기(手記) 서류를 올리거나, 기안·재재를 미뤘다. 외출·출장·휴가 신청, 급여·수당·보조금 등의 집행도 차질을 빚었다.
새올은 17일 오전 8시 40분쯤 사용자 인증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했다. 공무원들은 새올에 로그인 후 민원 서류 발급 등 담당 업무에 접근하려면 개인별 행정전자서명인증서(GPKI)를 통해 인증 절차를 거쳐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장애가 발생해 업무별 프로그램 접속이 안된 것이다.
대구의 한 구청 직원 이모(38)씨는 이날 아침 위탁업체 대금과 외부 자문위원 수당 등을 지급하려고 ‘e호조’에 접속했는데 다시 로그인하라는 화면만 계속됐다. 그는 “사무실 여기저기에서 ‘어 이상한데?’ ‘해킹당한 거 아냐’ 하는 소리가 들렸다”고 했다. 그는 오후 출장계를 내려는데 ‘인사랑’ 접속도 안됐다. 온나라 시스템도 문제가 있어 담당자와 메신저도 불통이었다. 이씨는 “오후 3시가 돼서야 ‘전국에 전산 장애가 발생했다’고 공지됐다”며 “외부 지출이 미뤄져 하루 종일 ‘미안하다’며 양해만 구하다 퇴근했다”고 했다.
전북 전주시는 이날 대부분 결재를 시스템 복구 이후로 미뤘다. 중앙정부와 지제체간 공문도 주고받지 못했다. 한 공무원은 “집안일로 월요일부터 연차를 써야 하는데 신청도, 결재도 안돼 발을 동동 굴렀다”며 “일단 구두로 보고했지만, 월요일 출근해서 확인한 뒤 쉬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행정 마비 사태의 여파는 주말까지 이어졌다. 충남 홍성군에서는 의료급여관리사(공무직) 2명의 급여가 20일 지급돼야 하는데, 17일 e호조시스템 먹통으로 담당자들이 주말 내내 근무했다. 홍성군 관계자는 “급여가 나가려면 금요일 모든 행정 절차를 끝냈어야 하는 상황이었다”며 “임시 복구됐다고 해서 담당자들이 토·일요일 나와서 처리했고, 월요일 회계 부서의 최종 승인이 나야 급여가 지급될 것”이라고 했다.
대구 한 구청은 휴일인 19일 민원, 복지 부서 직원 30여 명이 행정망 점검을 위해 출근했다. 20일 생계급여, 주거급여, 장애수당 등이, 25일 기초연금이 나가야해서 이를 대비하기 위해서였다. 이 구청 관계자는 “100% 안정화된 것 같진 않았다. 내일(20일) 어떻게 될 지 불안하다”고 했다.
새올은 19일 오전부터 정상 작동하고 있다. 그러나 지자체들은 접속량이 많아지는 월요일(20일) 다시 장애가 발생하지 않을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서울의 한 구청 공무원은 “정부 잘못인데 욕은 우리가 먹었다”며 “복구 이후 또 이런 일이 벌어지면 솔직히 대안이 없다”고 했다.
사회복지 공무원들이 쓰는 사회보장정보시스템 ‘행복e음’도 장애가 발생했다. 안동시 전산행정실 관계자는 “각종 급여 지급일이 다됐는데 (17일) 행복e음이 안 돼 한바탕 난리가 났다”며 “‘언제 복구되느냐’는 직원들 문의 전화를 받느라 하루 종일 시달렸다”고 했다.
행정정보시스템과 연계된 다른 기관에서도 장애가 이어졌다. 대법원 인터넷등기소는 19일 오후까지 ‘현재 행정정보공동이용시스템 장애로 인해 간헐적으로 인터넷등기소 일부 서비스가 불가하다’고 공지했다. 외교부도 “행정정보시스템과 연결된 내부 시스템이 일부 지연됐다”고 했다.
이번 사태에 대해 이동훈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민간에서도 다양한 인증 수단을 사용하듯 정부 역시 행정전자서명 외에 다른 인증 수단을 대안으로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