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경기 오산시의 한 초등학교 배드민턴부에서 활동하던 5학년 A군은 강원도 한 도시로 배드민턴부 전지훈련을 갔다가 숙소를 함께 쓴 또래 남학생 3명에게 3박4일 내내 언어폭력 및 집단따돌림을 당했다고 했다. A군에게 “더럽다”며 욕설을 하거나 침을 뱉기도 했다. A군은 학교폭력으로 신고했지만 막상 도움을 받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숙소에 CCTV 등이 없어 증거도 구하기 어려웠고, 훈련에 동행했던 코치 2명은 해당 학교 소속 교사가 아니다 보니 모르쇠로 일관했다는 것이다. A군 어머니는 “운동부 특성상 코치나 학부형 및 학생들이 운동부 해체가 두려워 모두 가해를 인정하지 않는 분위기라 특히 더 힘들었다”고 했다.

최근 학교 폭력에 대한 경각심이 커졌지만, 막상 ‘학교 밖 학교폭력’은 사각지대로 방치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매년 교육부가 초4~고3 학생 약 400만명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학교폭력 실태조사’에 따르면, 학교폭력 피해학생 중 학교 밖 학교폭력을 겪은 응답자는 2017년 전체의 26.7%에서 2021년 40.6%, 2022년 34.3%까지 늘었다.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학교폭력은 ‘학교 내외에서 학생을 대상으로 발생한’ 폭력 행위를 말한다. 장소가 어디든 학생이 피해를 봤다면 모두 학교폭력인 것이다. 그러나 학교 밖 학교폭력은 학교의 관리가 미치지 못하는 곳에서 발생하고 있어 피해자들이 도움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학생들이 학교 다음으로 많이 시간을 보내는 학원이나 교외(校外) 활동을 하던 중 발생하거나, 아이들이 많이 사용하는 온라인 채팅방 등이 대표적인 장소다.

이 중 학원의 경우 ‘학폭 학원’으로 소문나는 것이 두려워 학원 측이 쉬쉬하는 경우가 많다. 서울에 사는 중학생 B군은 지난해 다니던 학원에서 다른 학교 학생에게 폭행을 당해 전치 4주 진단 및 정신과 치료를 받았다. B군의 어머니는 피해를 입증해 줄 목격자를 찾기 위해 학원에 찾아갔지만, 학원에서는 “자꾸 찾아오면 영업방해 및 무단침입으로 신고할 것”이라는 으름장이 돌아올 뿐이었다. 또 카톡방 등에서 일어나는 금품 갈취도 갈수록 교묘해져 “친구에게 선물받은 것”이라고 주장하는 경우, 목격자가 없는 경우가 태반이라 처벌이 쉽지 않다.

이런 점 때문에 학교 밖 학교폭력에 대해서 형사 고소를 단행하는 학부모도 적지 않다. 수사권이 있는 경찰에 신고를 해서라도 증거를 확보하겠다는 취지다. 지난해 4월 인천의 중학교 2학년생 D군은 학원 상가 옥상, 노래방 등에서 가해 학생 3명에게 지속적으로 돈을 빼앗기고 팔 등을 맞기도 했다. 견디다 못한 D군이 이를 학교폭력으로 신고했지만 증거가 없어 학폭 여부를 판단하는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에 가지도 못했다. D군의 어머니는 “아이들 일이라 고소까지는 안 하려고 했는데 억울해서 안 되겠다”며 가해 학생 3명을 모두 고소했고, 경찰 수사 결과 가해가 입증돼 학생 중 2명이 처벌을 받았다.

학교폭력예방연구소 최우성 소장은 “학교 안 학교폭력은 교사들이 목격한 학생들 직접 불러 질문이라도 할 수 있지만, 학교 밖 학교폭력이 발생했을 경우 외부 기관에 CCTV 등을 요청할 수는 있어도 거부당하면 학부모 입장에선 뾰족한 수가 없어 학폭 관련한 분쟁이 생겼을 때 CCTV 등을 쉽게 열람할 수 있는 제도가 필요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