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이 급등하면서 올 들어 달러화 대비 원화 가치는 9% 넘게 하락했다. 18% 급락한 일본을 제외하면 주요국 중 가장 많이 떨어졌다. 이런 상황은 증시 하락을 부채질하는 배경 요인이 되기 때문에 주식시장이 흔들리는 중이다.
외국인 투자자들 입장에서는 달러 강세-원화 약세 국면에선 가만히 앉아서 달러로 환산한 투자 수익률이 하락하게 된다. 환차손이 더 커지기 전에 서둘러 한국 주식을 팔아 달러를 챙겨 떠나야 하는 상황이다. 올 들어 지난 22일까지 외국인들은 국내 주식과 선물·옵션 상품 등을 모두 합쳐 36조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이런 상황은 악순환을 부른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원화로 표시된 한국 주식을 팔고 달러를 찾아 나가면 원화 약세는 더 심화되고 환율은 높아진다. 그러면 주식을 팔고 떠나는 행렬이 더 길어지게 되고, 환율은 다시 더 뛰게 된다. 지금 국내 증시와 서울 외환시장에서 이런 일이 벌어지는 중이다. 달러화 기준으로 국내 증시 하락 폭을 따져보면 최근 한 달간 무려 -11.36%에 달한다. 미국(-3.49%), 일본(-7.19%)보다 훨씬 많이 떨어졌다. 원화 가치가 떨어졌기 때문이다. NH투자증권 리서치센터는 “최근 한 달간 한국이 주요국 중 최대 낙폭을 기록 중”이라고 했다.
과거에도 환율이 상승하던 시기에는 외국인 투자자들이 국내 증시를 떠나면서 주가가 하락했다. 한국투자증권에 따르면, 2000년 이후 환율 상승률이 3% 이상인 달의 코스피 하락 확률은 60%였다. 4% 이상이면 이 확률이 80%로 뛰었고, 5% 넘을 경우에는 100%였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떠나는 원인은 환율 외에도 한국 경제가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는 전망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 경제가 둔화나 침체에 빠지면 반도체, 자동차, 화학 등 경기에 민감한 제조업 중심인 한국 경제가 큰 충격을 받게 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