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구영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사장./KAI

새 정부 첫날인 4일, 방산 기업인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의 강구영(66) 사장이 사의를 표명했다. KAI는 국책은행인 수출입은행의 지분이 26%에 달해 정부의 입김이 강한 코스피 상장 기업으로, 정권이 바뀔 때마다 ‘대선 캠프’ 관계자들이 선임되는 경우가 많았다. 강 사장의 경우는 새 정부 출범 이후 ‘윤석열 정부 임명 CEO’ 1호 사의 표명인 셈이다. 이에 따라 이번 사의가 공기업과 정부 입김이 센 ‘사실상 공기업’ CEO들에 대한 대대적인 물갈이 신호탄이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KAI에 따르면, 강 사장은 이날 오전 한국수출입은행을 방문해 ‘차기 사장이 선임되는 대로 자리에서 물러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수출입은행은 KAI의 최대 주주다.

지난 2022년 9월 취임한 강 사장의 임기는 3년으로, 오는 9월 만료될 예정이었다. 강 사장은 공군 중장 출신(공사 30기)으로 공군 남부전투사령관, 공군 참모차장, 합동참모본부 군사지원본부장 등을 지냈다. 항공 전문가란 평가도 있지만, 지난 대선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군인들의 모임인 ‘국민과 함께하는 국방포럼’의 운영위원장을 맡아 ‘캠프 출신’이란 꼬리표도 따라다녔다.

KAI는 1999년 정부 주도로 대우중공업, 삼성항공산업, 현대우주항공 등 3개 대기업의 항공 사업 부문을 통합한 방산 기업이다. 현재 한국수출입은행(26.41%), 미국 자산운용사 피델리티(9.38%), 국민연금공단(8.56%) 등이 주요 주주다.

보수, 진보를 막론하고 정권이 바뀔 때마다 이 같은 ‘물갈이 인사’ 논란은 반복돼 왔다. 앞서 박근혜 정부 때도 ‘찍어내기’ 논란이 나왔고, 문재인 정부 때는 전 정부에서 선임된 공공기관 임원들의 사표 제출을 압박했다는 이유로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이 구속되기도 했다. 윤석열 정부 때는 이전 정권이 임명한 상당수 공공기관장이 임기를 채우겠다고 해 교체 속도가 더디다는 평가가 나왔다. 그러다 작년 말 비상계엄 이후, 윤 정부 역시 100명이 넘는 인사를 공공기관에 선임하거나 공모해 ‘알박기’ 논란이 재연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