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25일 서울 종로구 대한민국역사박물관에서 열린 '한미동맹 70주년 특별전'을 찾아 방명록을 기록하고 있다./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25일 6·25전쟁 발발 73년과 한미 동맹 70년을 맞아 “전쟁의 참혹함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서울 종로구 대한민국역사박물관에서 ‘한미 동맹 70주년 특별전’을 관람하며 “이 땅의 자유를 지키기 위해 한미 양국이 함께 흘린 피를 잊어서는 안 된다”며 이렇게 말했다.

윤 대통령은 “73년 전 오늘, 해리 트루먼 미국 대통령은 위기에 처한 대한민국의 자유를 지키기 위해 신속하게 참전을 결정했다”며 “우리 국군은 약 16만명의 전사자를 포함해 62만명이, 미군은 3만7000여 명의 전사자를 포함해 13만여 명이 전사, 부상, 포로 등의 피해를 입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지금까지도 한국군 12만여 명과 미군 7500여 명이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며 “영웅들의 희생과 헌신을 잊지 않고, 그분들이 가족의 품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끝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한 이번 특별전은 ‘한미 참전 용사 10대 영웅’ ‘영웅을 기억하는 나라’ ‘한미 동맹을 만들고 지켜낸 사람들’ 등 한미 동맹 역사를 보여주는 각종 자료가 전시됐다.

한미동맹 70년 특별전… 10대 영웅과 함께 - 윤석열 대통령이 25일 서울 대한민국역사박물관에서 열린 궨한미동맹 70주년 특별전궩을 찾아 참석자들과 박수를 치고 있다. 앞줄 왼쪽부터 폴 러캐머라 한미연합사령관, 이종섭 국방부 장관, 6·25 전쟁영웅인 김두만 전 공군참모총장, 윤 대통령, 김건희 여사, 박진 외교부 장관, 박보균 문체부 장관, 박민식 보훈부 장관. /뉴시스

윤 대통령은 “지난 70년간 발전한 한미 관계를 되돌아보고, 이를 지속 발전시켜 나가기 위해 이번 전시를 기획한 것”이라며 “무엇보다 미래 세대에게 한미 동맹의 태동과 발자취, 동맹이 이룩한 눈부신 성과를 정확하게 알려줘야 한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이어 “6·25전쟁 이후 한미 양국은 1953년 한미 상호방위조약을 체결해 동맹의 시대를 열었다”며 “한미 동맹을 바탕으로 대한민국은 글로벌 중추 국가로 도약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자유를 지키기 위한 결단, 피눈물 나는 노력, 그 위에서 피어난 따뜻한 우정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이날 행사에는 ‘한미 참전 용사 10대 영웅’에 이름을 올린 김두만 전 공군참모총장 등이 참석했다. 김 전 총장은 6·25 당시 조종사로 대동강 승호리 철교 폭파 작전을 이끌었고 공군 최초로 100회 출격을 달성했다. 윤 대통령은 6·25전쟁 영웅 고(故) 백선엽 장군의 자녀 백남희씨, 육군 첩보 부대 장교로 서울 탈환에 기여한 고 김동석 대령의 자녀인 가수 진미령(본명 김미령)씨 등을 일일이 호명하며 감사 인사를 전했다. 또 조부·부친이 독립운동가이자 유엔군 참전 용사인 인요한 세브란스 국제진료센터장, 모니카 토레스 넷, 알리비아 자위스키 등 참전 용사 후손도 소개했다. 윤 대통령은 방명록에는 “세계 평화와 번영에 기여하는 정의로운 한미 동맹”이라고 적었다.

‘한미 참전 용사 10대 영웅’에는 1950년 9월 15일 인천상륙작전을 지휘하며 전쟁의 흐름을 역전한 더글러스 맥아더 장군이 이름을 올렸다. 또 아버지는 미8군 사령관으로, 아들은 폭격기 조종사로 참전한 ‘부자(父子) 영웅’인 밴 플리트 장군과 아들 제임스 밴 플리트 2세가 포함됐다. 또 다른 ‘부자 영웅’인 아버지 윌리엄 쇼는 주한 미군 군목으로서 한국 군대에 군목 제도를 도입했고, 아들 윌리엄 해밀턴 쇼는 미 해군 정보 장교로 맥아더 장군의 서울수복작전을 돕다 총탄을 맞고 28세에 전사했다. 딘 헤스 공군 대령은 1950년 7월 대구로 파병돼 1년여 동안 250회 전투 출격했다. 랠프 퍼켓 주니어 육군 대령은 1950년 11월, 청천강 북쪽 205고지 점령 당시 중공군 수류탄에 맞고도 작전을 지휘했고 움직일 수 없자 대원들에게 “나를 두고 떠나라”고 명령했다. 재미교포인 김영옥 미 육군 대령은 6·25전쟁 발발 후 재입대해 1951년 5월 구만산·탑골 전투와 금병산 전투에 참전했다.

한국에선 10대 영웅에 백선엽 장군과 김두만 전 공군참모총장, 김동석 대령을 비롯해 박정모 해병대 대령이 포함됐다. 박정모 대령은 서울 탈환 작전 시 소대원을 인솔해 시가전을 전개하고 중앙청(당시 정부청사)에 인공기를 걷어내고 태극기를 게양했다.

윤석열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가 25일 서울 종로구 대한민국역사박물관에서 열린 한미동맹 70주년 특별전에서 한미 동맹 주요 어록 전시를 관람하고 있다. /뉴시스

윤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는 ‘영상으로 본 한미 동맹’ 전시관에서 영화 국제시장의 흥남 철수 작전과 관련한 영상을 시청했다. 박보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김 여사에게 1950년 12월 흥남 철수 작전 당시 피란민을 태운 마지막 수송선인 ‘메리디스 빅토리호’에서 태어난 다섯 명의 신생아 ‘김치 1~김치 5′에 대해 설명했다. 김치는 출산을 지켜본 미군 병사가 붙인 애칭으로 신생아들을 태어난 순서대로 ‘김치 1~5′라고 불렀다.

윤 대통령은 1882년 조미수호통상조약 체결 때부터 올해 4월 한미 정상회담에서 발표된 ‘워싱턴 선언’ 관련 자료 등을 관람했고, 포토존에서 기념 촬영을 했다. 이 포토존에는 윤 대통령이 미 백악관에서 열린 국빈 만찬에서 ‘아메리칸 파이’를 불렀을 당시 바이든 대통령과 함께 손을 잡고 찍은 사진이 전시돼 있었다.

행사에는 박진 외교부 장관, 이종섭 국방부 장관, 박민식 국가보훈부 장관, 김승겸 합참의장, 김관진 국방혁신위원회 위원 등 관계 부처 장관들과 군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미국 측에서도 필립 골드버그 주한 미국 대사, 폴 러캐머라 한미연합군사령관 등이 참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