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용품 기업 유한킴벌리는 아이를 가진 직원들을 위한 ‘예비 부모 간담회’를 매년 열고 있다. 이 간담회에는 직원 가운데 임신부, 아내가 임신한 남자 직원, 이들의 부서 직속 상사들이 함께 모인다. 이 자리를 통해 회사의 출산·양육 지원 제도를 알려주고 직원들의 의견도 듣는다. 직원들에게는 자칫 놓칠 수 있는 복지 제도를 상세히 파악하고, 신청해서 혜택을 받을 기회가 된다. 상사 입장에서는 임신했거나 아내가 임신한 직원의 상황을 숙지하고 업무에서 이들을 배려할 수도 있게 된다. ‘예비 부모 간담회’는 2009년 임산부 간담회라는 이름으로 시작해 명칭을 바꾸고 발전시켰다. 2021년부터 배우자가 임신한 남성 직원까지 참석 대상을 확대했고, 올해부터는 연 2회에서 연 4회로 횟수를 늘려 진행한다.

30일 서울 송파구 유한킴벌리 본사에서 직원들이 휴대전화에 자녀 사진을 띄우고 활짝 웃고 있다. 유한킴벌리는 아이를 가지는 직원들을 위한 '예비 부모 간담회'를 분기마다 여는 등 직원들의 임신, 출산을 지원하고 있다. /장련성 기자

지난 3월 열린 예비 부모 간담회에는 몇 달 뒤 아기를 품에 안게 될 직원 4명과 이들의 직속 상사 4명이 참여했다. 6월 둘째 참동(태명)이의 아빠가 된다는 직원 이은창(37)씨는 “회사가 직원들의 임신과 출산을 존중해 주니 든든하다”고 말했다. 이씨는 “남성 직원들도 육아휴직을 눈치 보지 않고 쓸 수 있다”며 “육아휴직 동안 아이가 옹알이와 뒤집기를 하는 것부터 첫 이유식 먹는 모습까지 직접 보고 함께할 생각을 하니 기대된다”고 했다. 맞벌이를 하는 그는 당초 둘째 계획이 없었지만 아내에게 “내가 무조건 육아휴직을 쓰겠다”고 설득했다고 한다.

유한킴벌리 측은 “임신과 출산을 응원하고 축하하는 회사 분위기를 만들고 직원들의 일·육아 병행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 오래전부터 노력해왔다”고 했다. 대표적인 제도가 ‘시차 출퇴근’과 ‘육아기 재택근무’ 제도다. 시차 출퇴근은 1994년부터 30년째 시행 중이다. 직원들이 하루 8시간 근무만 하면, 오전 9시 출근과 오후 6시 퇴근에 얽매이지 않고 출퇴근 시간을 탄력적으로 조정할 수 있다. 이 제도 덕에 출근 준비로 바쁜 아침, 아이들 등원·등교까지 챙겨야 하는 직원들의 육아 부담이 크게 줄었다고 한다. 맞벌이하는 배우자와 아침 등교, 저녁 하교를 나눠 챙기기도 훨씬 수월해졌다.

5세 아들을 둔 유란(36)씨는 2년 전부터 시차 출퇴근제를 이용해 아이 등원을 직접 챙기고 있다. 유씨는 “워킹맘이다 보니 아이와 함께하는 시간이 적을 수밖에 없어 아쉬운 마음이 컸다”며 “출근 시간을 조정해 아침마다 아이 손을 잡고 함께 걸으면서 오늘 하루 어떻게 보낼지 얘기하는 시간이 즐겁다”고 했다.

직원들은 육아를 위해 재택근무 제도도 적극 활용한다. 초등학교 3학년 이하 자녀를 둔 직원은 일 년에 두 차례 육아기 재택근무를 이용할 수 있다. 한번 신청하면 1~3개월 동안 집에서 근무한다. 이 제도는 재직 중 최대 10차례 신청할 수 있다. 직원들의 육아기 재택근무 이용은 제도가 시작된 2012년부터 최근까지 150건이 넘었다. 유한킴벌리는 지난해부터 육아기 재택근무와 별개로 주 1회 지정 재택근무 제도도 시작했다. 부서별로 재택근무 요일을 정하고, 그날은 부서 직원들이 전체 다 집에서 근무하는 방식이다.

3세 쌍둥이 아들을 키우는 노제원(41)씨는 월요일과 금요일에 회사가 아닌 집에서 근무한다. ‘지정 재택근무’ 제도에 더해, 팀장과 부문장의 동의를 구해 하루 더 재택근무를 하는 것이다. 노씨는 “아이들은 어릴수록 부모 손길이 많이 필요하다”며 “재택근무로 아이들과 조금이라도 더 시간을 보내고 챙겨줄 수 있어 행복하다”고 했다. 그는 “아이들 하원길에 놀이터에 들러 숨바꼭질하고 미끄럼틀 타면서 아이들 웃음소리를 듣는다. 가족이 행복하니까 일할 때도 훨씬 더 힘이 난다”고 했다.

회사의 출산·양육 지원금 제도도 탄탄하다. 결혼하는 직원에게 월급의 100%를 ‘축하금’으로 지급하고, 아이를 키우는 직원에게는 취학 전 3년간 어린이집·유치원 비용으로 360만원을 지원해 준다. 입학 축하금(초등학교 30만원, 중학교 40만원, 고등학교 100만원)과 대학 입학금, 등록금도 자녀 수와 상관없이 준다.

유한킴벌리 관계자는 “일과 개인의 삶 어느 것 하나를 포기하지 않아도 되는 환경에서 직원들이 일할 수 있어야 기업 경쟁력도 그만큼 커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일과 육아 사이에서 고민할 필요가 없도록 회사가 함께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직원들도 높은 성과와 충성도로 화답하고 있다고 한다. 최근 3년간 육아휴직 복직률은 100%였다. 유한킴벌리는 여성가족부가 임신과 출산, 자녀 양육 지원 등 가족 친화 문화를 조성하는 기업에 부여하는 ‘가족 친화 인증’을 2008년부터 유지해 오고 있다. 2022년에는 가족 친화 최고 기업에 선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