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與野)가 최근 ‘특별자치도 선정’ 관련 입법을 경쟁적으로 쏟아내고 있다. 특별자치도로 선정되면 각 지자체는 재정 특례를 통해 중앙정부로부터 다양한 재정 지원을 받을 수 있다. 문제는 재정이 한정적이기 때문에 특별자치도가 아닌 나머지 지자체에 돌아갈 지원금은 그만큼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대부분 시·도의 재정 자립도는 50%에 못 미치는 실정이다. 여야가 지난 대선과 6·1 지방선거를 위해 너도나도 특별자치도 특별법 제정을 약속하면서 정치권 안팎에선 나라 곳간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권성동 고개 숙여 인사 -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자신이 주재하는 마지막 원내대책회의에 참석해 고개 숙여 인사하고 있다. 권 원내대표는 지난 8일 원내대표직 사퇴를 발표했으며 국민의힘은 오는 19일 신임 원내대표를 뽑는다. 왼쪽부터 성일종 정책위의장, 권 원내대표, 김석기 사무총장. /국회사진기자단

전북특별자치도 법안은 최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 안건으로 상정되는 등 논의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민주당 안호영 의원이 지난 4월 대표 발의한 법안으로, 전북을 특별자치도로 만들어 향후 10년간 보통교부세와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을 추가로 지원하는 등 정부 예산을 늘려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이 방안대로라면 전북 재정 수입이 향후 5년간 12조5680억원, 연평균 2조5136억원이 늘어날 것”이라며 “다만 전북의 재정 수입이 증가한 금액만큼 다른 지역 지방자치단체의 재정 수입은 감소한다”고 추산했다. 국민의힘 정운천 의원과 민주당 한병도 의원도 이와 비슷한 취지의 ‘전북특별자치도 설치 등에 관한 특별법’ 제정안을 지난달 각각 대표 발의한 바 있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16일 전북도 예산정책협의회에서 “과거 대선 공약 중 하나인 전북특별자치도 실현을 위해 당의 힘을 결집시키겠다”고 했다.

특별자치도로 승격되면 자치권 강화를 기반으로 정부 재정 지원 확대와 자율 행정, 규제 특례 신설 및 규제 완화 등 다양한 이점이 있다. 대표적인 예가 2006년 특별자치도로 승격한 제주도다. 여섯 차례 개정을 통한 현재의 ‘제주특별자치도 설치 및 국제자유도시 조성을 위한 특별법’ 조항은 481개에 이른다. 특별법에 따라 보통교부세 총액의 3%를 받으면서 제주시가 거두는 지방세 규모는 특별자치도 출범 당시인 2006년 4337억원에서 2019년 기준 1조5195억원으로 약 3.5배 증가했다. 또 제주도는 특별법에 따라 복권 기금 법정배분액 가운데 일부를 매년 개발사업특별회계로 받는데, 내년엔 역대 최고치인 1868억원을 수령한다.

여야는 지난 6월엔 강원특별자치도 특별법을 통과시켰다. 특별자치도는 도 단위로는 제주도에 이어 전국에서 두 번째고, 세종시(2012년)를 포함하면 세 번째다. 여야 모두 지난 대선과 지방선거를 거치며 강원도를 특별자치도로 만들겠다고 공약했다. 최근 여야는 ‘지원 위원회’ 설치를 골자로 한 강원특별자치도법 개정안을 추가 발의했다. 개정안은 국무총리실 소속으로 강원특별자치도 지원위원회를 설치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지원위원회의 위원장은 국무총리가 맡기 때문에, 지원위원회를 통해 정부로부터 재정 지원 요청을 지속적으로 하겠다는 의도로 분석된다. 강원도 자체 분석에 따르면, 신설되는 특별자치도 발전기금은 1조원 규모로 예상되며, 중앙정부가 지자체에 나눠주는 보통교부세는 현 연간 7조5000억원에서 9조5000억원으로 2조원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한다.

민주당이 발의한 ‘부산·울산·경남 초광역특별지방자치단체 설치 등에 관한 특별법안’도 유사한 내용을 담고 있다. 민주당 김두관 의원 등 18명의 의원이 발의했다. 김영환 충북지사와 국민의힘 정우택 의원은 가칭 ‘바다 없는 충청북도 지원에 관한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고 있다. 경기도는 김동연 지사 취임 이후 공약이었던 ‘경기북부 특별자치도’ 추진에 속도를 내고 있다.

☞특별자치도

관련 특별법에 근거해 일정한 자치권을 부여받는다. 자치권은 행정과 재정 부문에서 중앙정부가 갖고 있던 권한과 기능 중 일부를 부여받는 것이다. 해당 지자체는 중앙정부로부터 다양한 재정 지원도 받을 수 있다. 2006년 제주특별자치도, 2012년 세종특별자치시에 이어 지난 6월엔 강원특별자치도 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