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은 4일 취임 뒤에도 대통령 경호처가 아닌 경찰 경호대의 근접 경호를 받고 있는 모습이 목격됐다. 대선 후보는 선거운동 기간 경찰의 경호를 받지만, 대통령에 취임하면 경호 업무는 대통령 경호처로 인계된다. 그런데 이 대통령은 “경찰이 경호를 당분간 계속 맡으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통령은 이날 인천의 자택에서 나설 때, 취임 선서 전 국립서울현충원을 참배하는 과정에서 경찰의 근접 경호를 받았다. 이 대통령은 경호처가 제공한 방탄 차량을 이용했고, 경호처의 호위도 받았다. 경찰과 경호처가 함께 경호하는 이례적인 모습이 연출된 것이다.
대통령실 안에서는 “경호처에 대한 이 대통령의 불신이 사라지지 않았다”는 말이 나왔다. 경호처는 지난 1월 공수처의 윤석열 전 대통령 체포 영장 집행을 저지했다. 당시 경호처의 김성훈 차장 등 ‘강경파’가 이를 주도했는데, 아직 경호처에 같은 생각을 가진 인원이 남아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대통령실은 경호처에 대한 인사 검증이 완료되는 때까지 경찰에 근접 경호 업무를 맡긴다는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경찰과 경호처가 현장에서 신경전을 벌이는 모습도 목격됐다. 이 대통령이 오전 취임 선서를 위해 국회 로텐더홀에 들어설 때, 경호처 직원과 경찰 인원이 자리 싸움을 벌이는 듯한 모습을 보인 것이다.
경호처는 이날 취임식 경호 업무에서 22경찰경호대를 배제한 것으로 전해졌다. 22경찰경호대는 서울경찰청 직할 부대로 대통령 행사와 관련한 검문검색과 행사장 거점 경호를 맡는다. 22경찰경호대는 윤 전 대통령 체포 영장 집행 때 ‘체포 저지에 나서달라’는 경호처의 요청을 거부했었다. 이때부터 계속된 경호처와 경찰의 신경전이 이날 경호 배제로 이어졌다는 말이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