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오전 관람객들이 광주광역시 북구 용봉동 광주비엔날레 전시관을 둘러보고 있다. 지난달 7일 개막한 ‘제14회 광주비엔날레’는 오는 7월 9일까지 94일 동안 ‘물처럼 부드럽고 여리게’란 주제로 열린다. /김영근 기자

세계 5대 현대미술 축제 ‘광주비엔날레’가 순항하고 있다. 광주비엔날레 재단은 “개막 30일째가 된 지난 6일 기준 누적 관람객이 13만명을 넘었다”고 밝혔다. 코로나 사태 이전 행사 때 같은 기간보다 늘어난 수치다.

11일 광주비엔날레 재단에 따르면, 개막 후 30일 차 누적 관람객은 2016년(11회) 11만2400여 명, 2018년(12회) 12만7900여 명이었다. 2021년(13회)의 경우 심각한 코로나 상황에도 같은 기간 6만명에 육박하는 관람객이 찾았다. 재단 측은 올해 관람객 총 50만명을 전망한다. 격년제로 여는 광주비엔날레는 이번에 14회째를 맞았다. 직전 행사는 코로나 여파로 1년 연기돼 2021년 열었다. 당시 39일 동안 8만6000여 명이 방문했다.

재단 관계자는 “초창기 대회와 달리 10년 새 미술에 관심이 많은 젊은 층 관람객이 부쩍 늘었다”며 “충성도 높은 고정 관람객 층이 형성돼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비엔날레(biennale)는 2년마다 열리는 국제 미술전을 뜻한다. 3년마다 열리면 트리엔날레(triennale)라 한다.

이번 대회는 전시 기간과 전시장 수 면에서 역대 최대 규모다. 지난달 7일 개막한 광주비엔날레는 오는 7월 9일까지 94일 동안 ‘물처럼 부드럽고 여리게’란 주제로 열린다. 1995년 창설된 광주비엔날레는 2004년부터 두 달 정도 진행됐다. 그러다 올해부터 대회 기간을 석 달로 늘렸다. 31국, 43도시에서 79작가(팀)가 참가한다. 이숙경 예술감독이 기획한 본전시는 광주비엔날레 전시관(전시실 5개)을 비롯해 국립광주박물관, 무각사, 예술 공간 집, 호랑가시나무 아트폴리곤(복합 문화 공간) 5곳에서 열린다. 재단 측이 별도로 마련한 외부 전시 공간은 11곳이 있다.

유력 미술 인터넷 매체 ‘아트네트’는 2014년 광주비엔날레를 세계 5대 비엔날레로 선정했다. 전광미 광주비엔날레 홍보마케팅 부장은 “9년이 흐른 지금도 ‘세계 5대 비엔날레’라는 점에는 이견이 없다”고 말했다. 광주비엔날레는 세계 최고 권위의 미술 행사인 베네치아비엔날레(이탈리아)와 카셀 도큐멘타(독일) 다음으로 인정받고 있다. 광주비엔날레 예술감독직은 국제 미술계에서 주요한 경력으로 대접받고 있다.

하지만 최근 광주비엔날레 위상이 예전 같지 않다는 평가도 나온다.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1995년 광주광역시가 비엔날레를 시작한 이후 지자체가 주최하는 국내 비엔날레와 트리엔날레는 모두 17개로 늘어났다. 2000년 후발 주자로 닻을 올린 부산비엔날레의 약진이 두드러진다. 문체부 예술경영지원센터가 2018년 전국 비엔날레 9개를 평가한 결과 부산비엔날레가 1위에 올랐다. 광주비엔날레는 최다 관람객을 모았으나, 전시의 일관성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2위에 머물렀다.

이후 광주비엔날레는 이 평가에 참여하지 않고 있다. 2019년 비엔날레가 ‘지방 이양 사업’으로 변경돼 사업비를 광주시 재원으로 충당하기 때문이다. 평가에 참여하는 실익이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재단 관계자는 “광주비엔날레는 현대미술의 세계적인 흐름을 보여주는 성격이 강해 국내 위주의 다른 비엔날레와는 비교가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했다. 그럼에도, 일각에서는 비엔날레 특유의 도전적인 모습이 사라졌다고 지적한다.

최근 여러 논란도 위상 추락에 한몫하고 있다. 광주비엔날레는 개막 초부터 ‘박서보 예술상’으로 홍역을 치렀다. 단색화의 거장 박서보 화백이 후학 양성을 위해 비엔날레재단에 100만달러를 기부하면서 올해 처음 만든 것인데, 갑자기 박 화백의 과거 모호한 정치 행적에 대한 비판이 나온 것이다. “박정희 유신 정권에 저항하지 않은 인사여서 5·18 정신이 깃든 미술 행사는 어울리지 않는다”는 주장이었다. 결국 이 상은 폐지하기로 했다.

광주시가 자체 제작한 광주비엔날레 홍보 영상도 입길에 올랐다. 영상 소재로 ‘비엔날레’와 발음이 비슷한 ‘비엔나’ 소시지를 활용한 탓이다. “비엔날레 격이 떨어진 것 같다”는 등의 부정적 의견이 압도적이었다.

박양우 광주비엔날레 대표이사는 “(여러 논란에도) 광주비엔날레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비엔날레를 넘어 국제적 명성을 가진 세계 굴지의 비엔날레로 성장했다”며 “내년 창설 30주년을 맞아 광주를 기반으로 세계를 아우르는 국제 비엔날레로 발전해 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