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 고장 나서 나흘간 보안카메라 녹화가 안 됐다고 사업장 문 닫으라는 건 너무한 거 아닙니까.”

울산에서 폐기물 소각장을 운영 중인 한 업주는 최근 국민신문고에 1개월 영업정지를 당하게 된 사연을 올렸다. 올 2월 이 업체가 운영 중인 소각장에선 수증기를 화재로 착각해 소방차가 출동하는 일이 있었다. 현장 점검에 나선 울산시 공무원은 원인 파악 차 보안카메라를 보자며 영상 열람을 요청했다. 폐기물관리법에선 소각장의 경우 폐기물을 바꿔치기하는 등의 불법을 방지하기 위해 60일간 보안카메라 영상을 보관하도록 하고 있다.

그런데 60일 중 4일 치가 빠져있었다. 배터리가 고장 나 4일 치가 누락된 것이다. 시 공무원은 관련 법에 따라 1개월 영업정지 처분을 내리겠다고 통보했다. 업주는 “고장 난 것을 확인하고 바로 조처했다”며 처분이 과하다고 맞섰다. 업체가 관리하는 저장 장치엔 4일 치 영상이 저장되지 않았지만, 이 기간 보안카메라 사진은 시간에 맞춰 환경공단에 전송된 상태였다. 업체는 “한 달간 문을 닫게 되면 20억원의 손해가 발생하고, 약속한 물량을 처리해주지 못해 해약금도 발생할 수 있다”며 선처를 호소했지만, 규정대로 행정처분이 내려졌다.

업체는 국민신문고를 통해 폐기물관리법을 담당하는 환경부에 도움을 청했다. 이 사연을 접한 환경부 과장은 “기계적으로 규정을 적용하면 맞는 처분이지만, 녹화가 며칠 안 됐다고 공장 문을 닫게 하는 건 너무 가혹해 보인다”며 직원들과 해결 방법을 찾기 시작했다. 그는 보름 여간 직접 대법원 판례를 뒤졌다. 그 결과 관리 의무를 탓할 수 없는 정당한 사유가 있을 땐 행정처분을 부과할 수 없다는 판결 결과를 찾아냈다. 법률 자문까지 거쳐 보안카메라 녹화가 끊긴 것을 영업정지로 처분하는 것은 과도한 제재라는 답변서를 만들었다.

결국 업체는 영업정지 시한을 닷새 앞두고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해당 공무원은 본지 통화에서 “기계적으로 규정대로 처리하는 것이 가장 손쉬운 방법이지만, 영업정지를 당하는 업주 입장에서는 생사가 걸린 문제이다 보니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