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Lover’, Captain Black Beard (2025)

2014년 아카데미가 각본상을 안겨준 영화 ‘Her’는 현실의 인간관계에 지친 남자 주인공이 AI(인공지능)가 만들어낸 사만다라는 가상 인물과 사랑을 나누는 스토리다. 명배우 호아킨 피닉스가 놀라운 연기를 펼쳐 전 세계 영화 팬들을 몰입시켰다. 그가 우쿨렐레로 반주하는 가운데 나오는 ‘The Moon Song’은 아직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이 영화가 설정한 시간 배경은 놀랍게도 2025년이다. 십여 년 전만 해도 다소 낯설게 느껴졌던 소재가 이제는 엄연한 현실이 되었다.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중국의 젊은이 수백만 명이 AI 챗봇이 만들어낸 가상의 캐릭터와 연애를 즐긴다고 한다. 틱톡의 모회사인 바이트댄스가 제작한 ‘마오샹(猫箱)’은 사용자가 원하는 외모와 목소리 그리고 성격까지 설정이 가능하다. 현실의 배우자나 연인과는 다투기도 하고 무리한 요구를 해오기도 하지만 이 가상의 연인은 항상 자신의 말에 귀 기울여주고 늘 곁에 있어 마음이 편하다는 것이다. 중국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일부 사용자는 백만 원이 넘는 커플링을 구매하기도 한다니, 이제 현실과 가상의 경계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지도 모르겠다.

지난해 중국인들이 오프라인에서 타인과 벌이는 평균 활동 시간은 18분에 불과하지만 인터넷 사용 시간은 무려 5시간 30분에 달한다. 신규 결혼 건수도 10년 전보다 절반 이상으로 줄었고 합계 출산율도 우리나라보다는 높지만 1.0으로 매우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기타·베이스·드럼이라는 표준 편성으로 올드 스타일의 로큰롤을 구사하는 스웨덴의 이 하드록 밴드는 지금의 현실을 그대로 반영한 노래를 올해 발표했다. “그녀와 얘기하면 너무 편해요/그녀는 내가 기뻐하는 것을 충족시켜줄 거예요(Talking to her it feels so easy/She’ll meet my needs she’s made to please me).” 1절의 마지막 줄 가사는 더 섬뜩하고 우울하다. “이제 그녀가 있으니 내가 있을 곳은 여기입니다(Now that I have her this is where I’ll b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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