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그림들은 튀르키예 이재민이 모여 있는 텐트촌으로 보낼 거예요. 그 친구들이 힘낼 수 있도록 하얀 도화지에 우리 마음을 담아 볼까요?” 16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경기초등학교의 한 교실, 선생님의 말을 듣자 6학년 학생들의 눈빛에 긴장감이 흘렀다. 잠시 뒤 학생들은 진지한 표정으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무너진 건물 옆에서 힘차게 다시 일어서는 모습부터 태극기가 그려진 선물 상자를 전달받는 모습까지, 하얀 종이 위에 지진 피해를 당한 사람들에게 보내는 응원의 마음이 하나둘 모양을 갖춰갔다.
한국인과 튀르키예인이 어깨동무하는 모습을 그린 임성빈(13)군은 “한국전쟁 때 우리나라에서 목숨을 바쳐가며 도와줬던 형제 같은 나라라고 배웠다”며 “그런 점을 알게 되니 튀르키예의 지금 상황이 더 가슴이 아프다”고 말했다.
튀르키예와 시리아 국경 지대를 강타한 지진이 발생한 지 한 달이 넘었지만, 국내에선 지진 피해자를 향한 온정의 손길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경기초등학교 학생들은 마음을 담은 그림뿐만 아니라 튀르키예 지진 발생 직후 시작한 모금으로 만든 1300만원의 성금을 대한적십자사에 전달했다.
서울 노원구에서 기초생활수급자로 장애를 가진 아들과 함께 살고 있는 조명순(77)씨도 지난 2일 1000만원을 들고 아들과 함께 대한적십자사로 찾아왔다. 그의 아들 박웅선(42)씨는 7살 때 큰 교통사고로 의식을 잃고 식물인간 상태로 있다가 기적적으로 3년 만에 깨어났다. 그는 교통사고 이후 장애가 생긴 아들을 35년째 보살피고 있는데, 튀르키예 지진으로 가족을 잃고 다친 피해자들의 모습을 보고 기부를 결심했다. 정부 지원금과 생활비를 아껴 모은 돈이다. 그는 지난해 3월에도 “동해안 산불로 피해를 본 사람들을 돕고 싶다”며 1000만원을 기부했었다. 당시에 그는 “제가 나라 도움을 많이 받아왔고, 지금도 도움을 받으며 살고 있으니 그걸 돌려주자는 마음을 갖게 됐다”고 했었다.
대한적십자사는 기부자와 전문가들의 논의를 거쳐 지난 8일까지 모인 1차 모금액 300억원을 튀르키예에 250억원, 시리아에 50억원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어떤 것이 가장 필요한지 현지 의견을 반영해 우선 이 돈으로 안전하고 튼튼한 컨테이너 주거지 1000여동(棟)을 이재민 거주촌에 공급하고, 심리 치료와 긴급 지원 활동을 맡을 인도지원센터(Humanity center)를 지을 예정이다. 그리고 튀르키예 정부의 요청으로 지진으로 부서진 헌혈 관련 시설 재건도 함께 진행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