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쇼핑업체들이 최근 실적 악화에‘막말 방송’논란, 케이블TV업계의 지역 커머스 방송 등까지 겹쳐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사진은 막말 물의를 빚은 유명 쇼호스트 정윤정(왼쪽)·유난희(오른쪽 위)씨의 방송 모습·지역 특산물을 판매하는 케이블TV업체의 커머스 방송(오른쪽 아래) 모습이다. /영상 화면 캡처

국내 TV홈쇼핑 업계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수익 악화로 지난 2020년 7443억원이던 영업이익이 지난해 5026억원으로 32% 줄어들었을 뿐 아니라, 방송 매출액은 10년 만에 3조원 밑으로 내려갔다. 또 홈쇼핑 채널 방영 대가로 유료방송 사업자들에게 방송 매출의 65% 이상을 송출 수수료로 내야 하는 상황이 된 데다, 케이블TV 사업자들이 운영하는 지역 커머스 방송도 눈엣가시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홈쇼핑 방송 중 쇼호스트의 ‘막말 논란’까지 최근 벌어지면서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제재도 앞둔 상태다. 업계 관계자는 “안 그래도 TV홈쇼핑이 하락세였는데, 악재들이 계속 겹치고 있다”고 했다.

◇방송매출액 3조원 아래로 떨어져

2일 한국TV홈쇼핑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GS샵·CJ온스타일 등 국내 홈쇼핑 업체 7사의 방송 매출액은 2조8999억원으로 집계됐다. 방송 매출은 지난 2012년 3조286억원으로 처음 3조원대에 진입한 뒤 2014년 3조4438억원까지 올라갔지만, 지난해 3조원 아래로 떨어진 것이다. 이 뿐 아니라 줄곧 두 자릿수를 유지하던 영업이익률도 지난해 처음으로 한 자릿수인 8.5%를 기록했다.

업계에서는 사람들의 TV 이용 감소를 주된 원인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방송통신위원회의 ‘2022 방송매체 이용 행태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의 하루 평균 TV 이용 시간은 2020년 2시간51분에서 지난해 2시간36분으로 줄어드는 등 매년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사람들이 TV를 안 보기 시작하면서 관련 업종의 매출이 줄어드는 건 거스를 수 없는 전 세계적인 현상”이라며 “고물가로 인한 소비 위축 등으로 당분간 홈쇼핑 업계의 어려움은 계속될 것”이라고 했다.

유료방송 사업자들에게 내는 송출 수수료 부담도 문제다. TV홈쇼핑 7사가 낸 송출 수수료는 최근 5년간 연평균 7.5% 증가해 지난해 역대 최고치인 1조9069억원에 달했다. 방송 매출 대비 송출 수수료 비율은 지난해 65.7%로, 매출의 3분의 2를 채널 임대료로 내는 셈이다.

TV홈쇼핑 업계에서는 새로운 수익 모델을 찾고 있지만 아직까지 큰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TV 시청률 감소와 높은 송출 수수료로 업계 어려움은 이미 예견된 일”이라며 “인터넷 방송에서 상품을 파는 ‘라이브커머스’를 강화하고, 단독 상품을 출시하는 등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이미 시장을 선점한 네이버·카카오 등 플랫폼 기업에 밀리고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막말’ 논란과 지역 커머스도 부담

최근 불거진 홈쇼핑 방송 쇼호스트의 ‘막말 논란’도 문제다. 올 1월 현대홈쇼핑 방송에 출연한 정윤정 쇼호스트가 생방송 중 욕설을 한 데 이어, 2월에는 CJ온스타일 방송에서 유난희 쇼호스트가 상품 홍보 과정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여성 개그우먼을 언급해 논란이 됐다. 두 쇼호스트는 무기한 출연 정지됐고,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이달 중 두 홈쇼핑업체의 법정 제재 수위를 결정할 계획이다. 이를 놓고 홈쇼핑 업계가 판매 실적을 올리기 위해 쇼호스트 관리를 소홀히 했다는 비판 여론이 만만치 않다.

또 홈쇼핑 업계는 지역 특산물 판매를 하는 케이블TV 사업자들 때문에 골치를 썩이고 있다. LG헬로비전, SK브로드밴드 등 13개 케이블TV 사업자들이 지난 2021년 6월부터 규제샌드박스를 통해 지역 특산물과 소상공인 제품을 파는 ‘커머스 방송’을 운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에 따르면, 13사의 매출은 첫해 9억8800만원에서 지난해 66억6900만원으로 늘었다. 당초 케이블TV 사업자들은 규제샌드박스를 통해 ‘지역 커머스’를 2년간만 운영할 수 있도록 특례를 받았지만, 이들은 최근 “지역 소상공인의 판로를 개척하고, 지역 경제 활성화에 보탬이 되고 있다”면서 특례 연장을 신청한 상태다. 홈쇼핑 업체 관계자는 “이는 TV홈쇼핑에 대한 역차별”이라며 “아직까지 지역 커머스 방송의 매출액이 크진 않지만, 지방에서 지역채널의 영향력을 감안했을 때 앞으로 충분히 위협이 될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