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대장정에 대해 처음 들은 것은 중학교 도덕 수업 시간 때였다. 30대 초반쯤으로 기억하는 도덕 선생님이 마오쩌둥과 홍군의 영웅담을 흥미진진하게 들려줬다. 주체사상도 담론 취급받던 1990년대 초 한국 진보 진영에서 마오에 대한 그 정도 미화는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나를 비롯해 그 교실에 있던 소년소녀들은 입을 벌리고 감탄했다. 가슴도 꽤 뜨거워졌던 것 같다. 돌이켜보면 그때 내가 딱 홍위병 나이였다.

에드거 스노의 ‘중국의 붉은 별’을 읽은 것은 한참 뒤였다. 그때는 이미 문화혁명을 어느 정도 알고 있었기에 뜨거운 가슴으로 그 책을 읽을 수는 없었다. 나이가 들고 언론계에서 일하면서 중학생 수준의 현실 인식이 뜨거운 가슴을 만나면 얼마나 파괴력이 큰지 여러 번 절감했다. 전직 언론인이자 현직 논픽션 작가로서, 나는 스노가 저널리즘의 기본 원칙을 무수히 어겼다고 본다.

장강명 소설가

중국 현대사와 문학 전문가인 줄리아 로벨의 ‘마오주의’(유월서가)는 앞부분에서 ‘중국의 붉은 별’을 둘러싼 신화를 해체하는 데 공을 들인다. 스노가 어떻게 홍군에 이용당했는지, 로벨이 그리는 모습을 읽다 보면 화가 치민다기보다는 어이가 없다. 스노 역시 작가로서 명성을 쌓는 데 대장정을 이용했다. 792쪽짜리 책 ‘마오주의’ 중반부는 세계 각지에서 마오주의가 지식인과 혁명가들에게 어떻게 이용됐는지, 혹은 마오주의가 그들을 어떻게 이용했는지에 대한 내용이다. 마오주의(Maoism)는 기실 어떤 주의(ism)가 될 수 없는 개념이었다. 사람들의 현실 인식을 중학생 수준에 묶고, 가슴을 뜨겁게 만들어 파괴력을 일으키는 선전 선동법이라고 부르는 게 옳다.

로벨은 21세기 중국 이야기로 책을 마무리한다. 나는 세계를 생각하며 책장을 덮었다. 비유를 활용한 쉬운 문장으로 적었고, 얇아서 들고 다니기 편했던 ‘마오 주석 어록’은 중국 안팎에서 마오주의를 퍼뜨리고 굳히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현실 인식을 중학생 수준으로 만들고 가슴만 뜨겁게 만드는 소셜미디어를 떠올리지 않을 도리가 없다. 소셜미디어를 혁명 도구라 믿는 이들의 모습에 홍위병도 겹쳐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