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 책을 좋아한 아이는 커서도 책을 즐겨 읽을 것이다. 15년 이상 공공 도서관 사서로 일한 두 아이의 엄마로서 ‘책 육아’에 대해 연구를 한 결과, 아이에게 책 읽기 습관을 만들어주는 부모의 역할은 좋은 책을 골라서 자주 읽어주는 것과 좋은 독서 환경을 조성해주는 것 두 가지로 나뉜다.

◇아이 손 닿는 곳에 책 배치

책 읽기는 틈틈이, 항상 하는 것이다. 방 벽면 전체를 책장으로 만들거나 거실을 서재로 꾸며보기도 하지만, 아이가 계속 그곳에만 머물 순 없을 것이다. 그래서 아이가 고개를 돌리는 곳, 손을 뻗는 공간마다 책을 놓아두는 방법이 있다. 활발한 아이의 동선을 책이 따라다니는 셈이다.

연령대별 책 읽어주기 방법 / 사진=게티이미지 뱅크

튼튼한 상자, 바구니, 파일 보관함, 접시꽂이 등을 활용해 집 안 곳곳 자투리 공간에 책을 놓아보자. 아이들이 보물 찾기 하듯 발견해가면서 읽는다. 꼭 읽히고 싶은 책이라면 책장에 꽂기보다 종종 책장 앞 바닥에 무심하게 놓아둬 보자. 지나가던 아이가 집어들고 읽을 확률이 높아진다. 식탁 주변에 책을 놓아두면 부모가 식사 준비와 설거지하는 동안 아이들의 관심을 책에 묶어둘 수 있다. 책으로 집 안이 좀 어수선해지더라도 감수할 만하다. 책을 배치할 때는 아이들의 낮은 눈높이와 짧은 팔 길이도 고려해주자. 아직 기어다니는 아기라면 눈앞에서 마주칠 수 있도록 책을 바닥에 쌓아두거나 바구니에 담아 놓아주면 좋다.

◇책장의 3분의 1은 비워야

냉장고가 아무리 커도 식재료로 가득 차 있으면 좋은 재료를 꺼내기 힘들다. 책장도 마찬가지다. 도서관에서도 책장의 3분의 2만 채우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책장은 헐거워야 좋다. 그래야 아이들이 책을 놓았다 꺼냈다 하기 좋고, 그러면서 자유롭고 다양하게 탐색한다. 책장이 낮아서 위쪽 선반 공간이 생긴다면 그대로 비워두자. 아이들이 서서 기대서 책을 읽고, 그러다가 그곳에서 그림도 그린다.

책을 읽어줄 특별한 장소나 도구를 찾을 필요가 없다. 엄마 무릎이 최고의 책상이다. ‘자기 전에 책 한 권 꼭 읽어줘야지’ 하는 마음이면 충분하다. 구연 동화 전문가가 되려고 할 필요는 전혀 없다. 엄마·아빠의 자연스러운 목소리로, 우리 아이가 좋아할 방식으로 읽어줄 때 아이가 가장 편안함을 느낀다. ‘엄마가 읽어줄까?’라고 물었는데 “아니”라고 단호하게 답하는 아이는 ‘읽기 독립’을 시작할 준비가 됐다는 신호다.

책 읽기를 마친 아이에게 너무 많은 질문을 하지 말라고 권한다. 질문은 아이의 몫이다. 부모의 의도와 욕망이 들어가는 순간 책 읽기는 재미없는 일이 되고 만다. 다만 함께 읽는 중간중간 아이가 책을 이해하고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슬쩍 질문을 던져볼 필요가 있다. 초반에는 속독보다는 음독이 낫고, 다독보다 한 권의 책을 충실하게 끝까지 읽도록 하는 것이 좋다. 한 번이라도 아이가 재미를 느끼면 습관으로 만들기가 수월해진다.

◇부모가 읽기에도 즐거운 책

‘섬뜩한 장면이 나오거나, 너무 슬퍼서’ 아이에게 적합한 책인지 걱정된다는 분들도 있다. 물론 추천 도서 위주로 고르는 방법도 없지 않다. 하지만 아이들에게 항상 예쁘고 교훈적인 이야기만 들려주는 것이 최선일까? 부모 세대가 직접 말해줄 수 없는 것을 대신 전달해주는 것도 책의 중요한 역할 중 하나다. 무엇보다 내 아이가 좋아하는 주제인지가 중요하다. 그러면 책 읽는 아이로 만들 수 있다.

아이마다 관심 분야가 다 다르다. 어떤 아이는 감동적이고 따뜻한 주제에 끌리고, 코믹한 내용에 몰입하는 아이도 있다. 기승전결이 뚜렷한 이야기를 찾는 아이가 있는가 하면, 반전이 있는 스토리를 유독 좋아하는 아이도 있다. 부모가 읽더라도 재미있는 책이라면 좋겠다. 읽어주는 사람의 즐거운 감정과 느낌이 아이에게 온전히 전달되기 때문이다.

나이대별로는 돌 전까지는 까꿍 놀이책 등 리듬감 있는 책을 시선을 맞춰 읽어주면서 좋은 감정을 나눈다<표 참조>. 두 돌까지는 친근한 사물이 나오거나 등장인물이 적고 배경이 단순한 책을, 3~4세에는 좋은 생활 습관을 길러주는 책이나 동요 책 등을 골라줄 수 있다. 5~6세가 되면 전래동화·판타지 등도 피하지 말고 한 권을 통틀어 읽혀주면서 아이의 자신감과 상상력을 북돋워주자.

이승연·'사서 엄마가 알려주는 집콕 책육아'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