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아시안리더십콘퍼런스(ALC)에선 우크라이나 국가 재건을 놓고 한국·우크라이나 정부 고위 관계자들 간 깊이 있는 논의가 오갔다. 우크라이나 측은 “6·25전쟁 후 한국의 모델을 따라 회복하고 싶다”고 했고, 정부는 “한강의 기적이 드니프로강의 기적으로 이어지도록 신속히 행동으로 옮기겠다”고 했다. 인프라 건설뿐 아니라 인도적 차원에서 ‘지뢰 제거 차량’을 지원할 뜻도 밝혔다.
율리아 스비리덴코 우크라이나 수석부총리 겸 경제부 장관은 이날 우크라이나 특별 세션에서 “자유세계의 가치와 기술, 그리고 개방·시장경제가 러시아의 침략으로부터 우크라이나를 지키고 회복시킬 것이 입증됐으면 한다”면서 “전후 회복과 질서 확립에 한국이 참여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국은 6·25전쟁을 겪었고, 현재도 북핵이라는 안보 이슈가 있는 점 등 두 나라는 유사점이 많다”고 했다. 슈르마 로스티슬라프 우크라이나 대통령실 부실장은 “한국의 전후 모델을 따르고자 한다”면서 “단순히 자금 투자가 아닌 양국 정부와 기업이 파트너십을 맺고 지속 가능한 개발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우크라이나는 러시아를 대체할 최대 에너지 하우스가 될 수 있다”면서 “우크라이나는 전 세계에서 철광석 매장량이 가장 많은 나라”라고 했다.
이날 우리 정부를 대표해선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참석했다. 원 장관은 “우크라이나 적극 지원이 우리 정부의 공식 입장으로 우크라 재건은 전후가 아니라 지금부터 이뤄져 전후까지 이어지는 것으로 본다”면서 “신속히 구체적인 행동에 나설 방침”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우크라이나 측 상황을 정확히 알아야 무엇이 필요하고 서로 협력할지 알 수 있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의견을 교환할 것”이라며 “우선 듣기로 지뢰 문제가 심각하다고 해 지뢰 제거 차량 지원을 적극적으로 검토할 방침”이라고 했다. 그는 “이는 군사 지원 문제를 떠나 우리가 적극적으로 할 수 있는 부분 아닌가 싶다”면서 “지뢰가 제거되지 않으면 복구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했다.
원 장관은 “에너지·철강·공업·농업 각 분야 지원도 가능하지만, 우크라이나가 20여 주(州)로 이뤄진 점을 고려해 미콜라이우주는 한국이, 또 다른 주는 프랑스가 맡는 식으로 지역별로 접근하는 방식도 검토할 만하다”고 했다. 정부는 이달 말 폴란드, 독일 등에서 열리는 우크라이나 재건 국제회의에 참석해 각국과 정보를 교환하고 지원 방법에 대해 조율하며 계획을 구체화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원 장관은 “70여 년 전 북한이 소련제 T-50 탱크를 앞세워 밀고 들어와 완전히 잿더미가 된 이 땅 위에서 자유민주주의 국가를 이룬 한국의 경험을 우크라이나와 공유해 새로운 기적을 쓸 수 있도록 한국 정부와 기업이 ‘원팀’이 돼 최선을 다하겠다”고도 했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은 “미국과 유럽연합(EU), 그리고 유엔이 정치적 리더십을 발휘해 평화와 번영을 회복시켜야만 한다”고 했다. 반 전 총장은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반드시 전범으로 재판정에 세워야 한다”면서 “푸틴 대통령의 책임을 물을 특별 형사 재판소를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스비리덴코 부총리는 “국제사회의 단결이 필요하다”면서 “전후 질서의 판을 짜는 데 다른 어느 나라보다 전쟁을 딛고 성취를 이뤄낸 한국이 참여한다면 역사적으로도 큰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