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삼성전자가 매출 300조원과 영업이익 60조원을 동시에 돌파하는 역대 최고 실적을 거둘 것이란 분석이 잇따르고 있다. 하지만 반도체 사업을 제외하면 오히려 영업이익이 작년 대비 하락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반도체 사업의 호황이 스마트폰, TV·가전 등 다른 사업의 부진을 가리는 이른바 ‘반도체 착시’ 현상이다. 반도체 시황이 꺾일 경우 삼성전자 실적도 급강하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새로운 미래 사업 발굴이 시급하다는 진단이 나온다. 전자 업계 관계자는 “TV와 스마트폰은 중국 후발업체와의 차별화가 갈수록 힘들어지는 만큼 과감한 인수합병(M&A)을 통해 새로운 성장 동력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점점 커지는 반도체 의존도
30일 본지가 최근 삼성전자의 올해 실적 전망을 내놓은 증권사 5곳(KB·신한·유진·이베스트·현대차)의 전망을 분석한 결과, 올해 삼성전자는 매출 320조원, 영업이익 60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반도체 부문은 매출 123조원, 영업이익 40조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30% 이상 증가한 호실적을 거둘 것으로 증권가는 내다봤다. 하지만 스마트폰과 TV·가전, 디스플레이 등 반도체 이외 부문에서는 매출이 전년보다 8.8% 오른 200조가량을 달성하겠지만 영업이익은 오히려 7.6% 감소(22조4000억원→20조7000억원) 할 것으로 전망됐다.
반도체 부문은 올해 서버(중앙 컴퓨터)용을 중심으로 한 메모리 반도체 수요 덕분에 2018년 ‘메모리 수퍼 사이클(호황)’을 뛰어넘는 역대 최대 실적을 낼 것으로 증권가는 예상하고 있다. 인플레이션, 금리 인상으로 글로벌 소비 둔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지만 반도체에 대한 기업들의 투자는 상대적으로 영향을 덜 받기 때문이다.
반도체가 삼성전자 매출과 영업이익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작년 각각 34%, 57%에서 올해는 38%, 66%로 더욱 커질 전망이다. 그동안 ‘반도체’와 ‘스마트폰’이 삼성전자의 실적을 이끄는 두 축이었지만, 점차 그 중심이 반도체로 크게 쏠리고 있는 것이다.
다만 팹리스(설계)와 파운드리(위탁 생산) 등 시스템반도체 사업은 여전히 비중이 작다. 삼성전자는 실적 발표에서 반도체 영업이익을 메모리 반도체와 시스템 반도체로 나눠서 공개하지 않으나, 증권가에선 시스템 반도체가 작년 반도체 영업익(29조2000억원)에서 차지한 비중이 4% 안팎(1조원대 초반)에 불과했을 것으로 본다. 삼성이 최근 450조원 투자를 발표하면서, 팹리스·파운드리에 집중 투자하겠다고 밝힌 것도 이 때문이다.
◇반도체 外 사업은 ‘레드오션’서 분투 중
반도체 이외의 스마트폰, TV·가전 사업은 치열한 가격 경쟁에 성장세마저 주춤한 ‘레드 오션’ 시장에서 분투하고 있다.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7.6% 꺾일 것이란 전망까지 나오는 것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중국 코로나 봉쇄, 원자재·물류비 상승 등의 여파를 고스란히 맞은 결과로 해석된다.
실제로 삼성전자가 세계 1위를 지키고 있는 TV와 스마트폰의 올해 시장 규모 전망은 날이 갈수록 쪼그라들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당초 올해 스마트폰 시장 규모를 13억8000만대로 봤지만, 지난 3월 이를 13억6600만대로 낮췄고, 지난 11일엔 13억3330만대로 재차 축소한 뒤 “추가 조정의 여지가 있다”고 밝혔다. 올초 2억1700만대로 예상했던 세계 TV 시장 전망 역시 지난달 2억1200만대로 낮췄다. 트렌드포스는 “중국발 코로나 봉쇄뿐 아니라 인플레이션으로 소비자들의 가처분 소득이 줄면서 수요가 급감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자 삼성전자 스마트폰(MX) 사업부는 최근 자체 리스크(risk·위기) 점검에 착수하기도 했다. 지난해 강도 높은 경영진단에 이어 사업부 자체적으로 점차 악화하는 사업 환경을 살피고 대안을 모색하려는 차원이다. 전자 업계 관계자는 “삼성이 스마트폰과 TV 사업에서 고가 제품 위주의 프리미엄 전략으로 실적을 방어하고 있지만, 중국 후발 주자의 추격이 거센 데다 시장 확장도 한계가 있어 새로운 먹거리 발굴이 절실한 상황”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