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오전 9시 50분, 서울중앙지법 417호 형사대법정에 윤석열 전 대통령이 들어섰다. 붉은색 넥타이에 어두운 정장을 입고, 머리는 가르마를 타 반듯하게 정돈했다. 재판이 시작된 오전 10시까지 윤 전 대통령은 묵묵히 피고인석에 앉아 있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5부(재판장 지귀연) 심리로 열린 내란 혐의 첫 공판 기일. 재판이 열린 417호 법정은 전두환·노태우·이명박·박근혜 등 역대 기소된 전직 대통령 모두가 선 법정이다. 윤 전 대통령은 이 법정 피고인석에 앉은 다섯 번째 전직 대통령이 됐다.

이날 재판에는 윤 전 대통령 측 변호인단 11명, 검사 12명이 출석했다. 재판이 시작되자 지귀연 부장판사가 피고인의 신원을 확인하는 인정(人定) 신문 절차를 시작했다. 지 부장판사가 “윤석열 피고인, 1960년 12월 18일생이 맞느냐”고 묻자, 윤 전 대통령은 말없이 고개만 끄덕였다. 이어 “직업은 전 대통령이고 주소는 어딥니까”라고 묻자 윤 전 대통령은 “서초동 아크로비스타…”라고 답했다. 지난 11일 한남동 관저를 떠나 머물고 있는 자택 주소다.

그래픽=백형선

검찰과 윤 전 대통령 측 변호인은 약 6시간 동안 날 선 공방을 벌였다. 검찰 측은 120페이지 분량의 PPT를 띄워놓고 “피고인은 위헌·위법적인 포고령에 근거해 비상계엄을 대한민국 전역에 선포했다” “군경을 동원해 한 지역의 평온을 해하는 폭동을 일으켜 형법 제87조(내란)에 의하여 기소했다”고 주장했다.

윤 전 대통령은 모두 발언을 포함해 총 93분 동안 검찰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윤 전 대통령은 “비폭력적으로 국회의 해제 요구를 즉각 수용해 (비상계엄을) 해제한 몇 시간의 사건을 내란으로 구성하는 것 자체가 법리상 맞지 않는다”며 “2024년 봄부터 이런 그림을 그려왔다는 주장 자체가 코미디 같은 이야기”라고 말했다. 국회 봉쇄 주장에 대해서도 “초기에 300명, 1000명 넘는 인원이 나중에 왔다는데 그걸 가지고 국회를 완전히 차단하고 봉쇄하는 건 애초에 불가능한 일, 난센스라고 할 수 있다”며 “국회의장과 야당 대표가 사진 찍으며 국회 담장을 넘어가는 쇼를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12·3 비상계엄은 군정(軍政) 목적이 아닌 ‘메시지 계엄’이라는 주장도 여러 차례 반복했다. 윤 전 대통령은 정오쯤 자택으로 돌아가 점심 식사를 한 뒤 법정에 다시 나왔다.

재판의 절차적 하자도 쟁점으로 떠올랐다. 윤 전 대통령 측 위현석 변호사는 “내란죄 수사권이 없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의한 불법 구속이 있었고, 검찰 기소 역시 위법하게 이뤄졌다”며 “공소장에는 구체적인 내용이 나오지 않아 무엇을 다퉈야 할지 알기가 어렵다”고 했다. 또 “변호인들이 증거 인부(認否) 절차를 마치지도 않은 상태에서 증인 신문을 하면 위법성이 높은 자료마저 공판에 현출되는 상황이 생길 수 있다”며 준비 기일을 다시 열어달라고 요청했다. 윤 전 대통령도 “공소장과 구속 영장을 보니, 26년간 검사 생활을 하면서 많은 사람을 구속하고 기소한 저로서도 도대체 무슨 내용인지 알 수 없었다. 너무 난삽하다”고 했다. 윤 전 대통령은 재판이 진행되는 중간중간 “한마디만 하겠다”며 나서 검찰 측 주장을 반박했다.

윤 전 대통령 측은 비상계엄 핵심 관계자들을 먼저 증인으로 불러야 한다는 의견도 냈다. 위 변호사는 “법리적·효율적 측면에서 계엄에 관여했거나 피고인에게 직접 지시를 받을 수 있었던 증인부터 신문을 진행하는 것이 합당하다”고 주장했다. 윤 전 대통령도 “저와 직접 대화하고 통화한 사람들부터 증인 신문이 들어가고, 그다음 단계에는 저와 직접 관련 없는 사람들의 신문을 해야 하는데 그야말로 (순서가) 중구난방”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재판부는 “증인들이 이미 와 있다”며 이날 증인 신문은 예정대로 진행하되, 향후 기일에서 증인 신문 절차에 대해 논의하겠다고 했다. 검찰 측은 “입증 책임은 검찰에 있으니 검찰이 제출한 증인 신문 계획이 존중받아야 한다”면서도 “변호인 측에서 의견을 내면 경청해서 필요한 조치를 하겠다”고 밝혔다.

오후 재판에선 검찰 측이 신청한 증인인 조성현 수도방위사령부 1경비단장과 김형기 특수전사령부 1특전대대장에 대한 신문이 진행됐다. 군복 차림으로 증언대에 선 조 단장은 “이진우 수방사령관에게 ‘경내로 들어가서 국회 외부의 출입을 통제하라’고 들었다”고 증언했고, 김 대대장은 “이상현 특전사 제1공수특전여단장에게 국회 담을 넘어가서 ‘의원을 끌어내라’는 임무를 받았다”고 증언했다. 이들에 대한 윤 전 대통령 측의 반대 신문 등 이후 절차는 오는 21일 재판에서 다시 진행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