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의 최고 심의·의결 기구인 국가경찰위원회가 지난 3월 내부 회의에서 대통령의 국가수사본부장 임명권을 제한해야 한다는 취지의 의견을 제시한 것으로 1일 전해졌다. 이와 관련해 국가경찰위원회에서는 “‘대통령의 국가수사본부장 임명권을 제한해야 한다’는 취지의 의견을 제시한 사실이 없으며, ‘판단 주체가 현 대통령이기 때문에 공정성에 문제가 있다’는 발언도 없었다”는 입장을 전했다.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국가경찰위 위원들은 지난 3월 20일 회의에서 아들 학폭 문제로 국가수사본부장에 임명된 지 하루 만에 사퇴한 정순신 변호사와 관련해 “어떤 필요성에 따라 외부 공모를 한 것이냐”를 따져 물었다고 한다. 당시 회의엔 경찰청 조지호 차장 등이 참석했다.
당시 위원들은 ‘경찰법 제16조’가 문제 있다고 주장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법 16조 6항은 ‘국가수사본부장을 경찰청 외부를 대상으로 모집하여 임용할 필요가 있는 때에는 다음 각 호의 자격을 갖춘 사람 중에서 임용한다’는 내용이다.
이 조항에 대해 위원들은 ‘필요가 있는 때’에 대한 판단 주체가 윤석열 대통령이기 때문에 공정성에 문제가 있다고 했다고 한다. 한 위원은 “국수본부장 임용권자가 외부 임용을 고려하는 경우 내부 추천자 심사는 사실상 그 의미가 퇴색된다”면서 “현실에 맞는 법률적·제도적 보완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경찰 내부에서는 “문재인 정부 때 임명된 국가경찰위원들이 정권이 바뀌니 대통령의 인사권을 제한하자는 주장을 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위원장과 위원 6명으로 이뤄진 국가경찰위의 현 구성원은 모두 문재인 정부 시절 임명됐고, 올해 말 또는 내년까지가 임기다. 위원장은 민변 회장 출신이고, 민변 사무총장인 다른 위원은 지난 2016년 서울 주한미국대사관 앞에서 사드 배치 반대 1인 시위를 하기도 했다. 법조인들은 “자신들을 임명한 정부 때는 가만히 있다가 이제 와서 제도의 공정성을 문제 삼는 건 ‘내로남불’”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