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중구 서울역 앞 ‘밀레니엄 힐튼 서울’ 호텔이 남산을 최대한 가리지 않는 형태로 재개발된다. 지난 4월 사업을 추진 중인 이지스자산운용이 서울 중구청에 낸 ‘재개발 정비 계획안’보다 건물 높이를 20m가량 낮추고, 동(棟) 위치를 조정해 서울역에서 남산까지 ‘통경축(通經軸·시각적으로 열린 공간)’을 2배 이상 확보할 계획이다.

25일 서울시와 이지스자산운용은 이런 수정 계획안을 놓고 막판 검토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시는 내달 초 열리는 도시계획위원회에 최종 수정안을 제출할 계획이다. 위원회를 통과하면 사업은 시작된다.

앞서 이지스자산운용은 힐튼 호텔을 허물고 최고 38층(150m) 높이의 복합 업무 빌딩 2동을 짓겠다는 계획안을 중구청에 냈다. 시민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개방형 녹지’를 부지의 30% 이상 확보하면 건물을 더 높게 올리게 해주는 서울시의 ‘녹지생태도심 재창조 전략’을 근거로 했다.

하지만 새 건물이 들어서면 서울스퀘어 빌딩(높이 82m) 등에 가린 남산을 아예 볼 수 없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왔다. 힐튼 호텔은 약 30m 높이의 언덕에 있어 150m 빌딩을 새로 지을 경우 실제 180m가 되는 셈이다. 현재 힐튼 호텔은 23층(높이 71m)이다.

개방형 녹지의 위치도 논란이다. 호텔 부지가 언덕 위에 있다 보니 시민들이 이용하기 어렵고 새로 짓는 빌딩의 전용 정원이 되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1983년 문을 연 힐튼 호텔은 ‘한국 현대 건축 1세대’ 김종성 건축가의 작품이어서 보존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그래픽=김하경

논란이 일자 서울시와 이지스자산운용은 ‘공공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계획을 전면 재검토했다. 우선 건물 높이를 약 20m 낮추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최고 130~140m, 32층 안팎의 건물을 짓겠다는 것이다.

건물의 위치와 규모도 남산을 가리지 않도록 조정했다. 기존안은 38층과 36층 빌딩 2동을 부지의 가운데 배치했는데, 부지 남쪽 CJ 본사 쪽에 32층 업무용 빌딩을 짓고, 북쪽에 남산을 가리지 않도록 20층 이내의 5·6성급 호텔을 지을 계획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그러면 동과 동 사이 간격이 기존 안보다 2배 이상 커져 남산을 가리지 않게 된다”고 했다. 업계 관계자는 “서울역 사거리나 서울역 앞 보행교인 ‘서울로7017′에서 보면 가리는 건물 없이 남산을 볼 수 있어 새로운 전망 포인트가 될 것”이라고 했다.

건물을 부지 가장자리로 옮기면서 개방형 녹지도 축구장 1개 크기(약 7000㎡)로 커진다.

기부 채납 방법도 구체화되고 있다. 서울시와 이지스자산운용은 현재 서울남대문경찰서와 ‘서울로7017′ 쪽에서 각각 타고 올라갈 수 있는 에스컬레이터를 설치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 중이다. 이는 오르막이 많은 홍콩의 ‘미드레벨 에스컬레이터’를 벤치마킹한 것이다. 서울역과 남산이 가까운 점을 활용해 외국인 관광객을 위한 서울 관광 안내소도 설치할 계획이다.

힐튼 호텔의 로비를 보존한다는 계획도 세웠다. 서울시 관계자는 “서울역 앞에서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녹지에 도착하면 그 가운데 사라진 힐튼 호텔의 로비를 만날 수 있게 되는 것”이라고 했다. 이지스자산운용은 힐튼 호텔 직원도 일부 채용할 계획이다.

서울시는 이 사업을 세운상가 등 서울 도심 개발을 위한 핵심 프로젝트 중 하나로 보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서울역 앞을 일본 도쿄역 앞처럼 재개발해 국가 상징 공간으로 만들 계획”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