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김모(27)씨는 지난해 5월 유럽 여행을 앞두고 ‘트래블페이’ 카드를 발급받았다. 환전 수수료가 무료인데다 현지에서 결제할 때 따로 수수료를 낼 필요가 없는 점이 매력적이었다. 급하게 현금이 필요할 때 수수료 없이 현지 ATM(현금자동인출기)에서 환전해둔 유로화를 뽑아 쓰는 것도 가능했다. 김씨는 작년 7월 일본 출장 때도 트래블페이 카드를 쏠쏠하게 활용했다. 김씨는 “작년 말 100엔당 원화 환율이 900원대 밑으로 내려왔을 때 트래블페이를 이용해 엔화를 미리 사뒀다”면서 “올해 계획 중인 일본 여행에서도 요긴하게 쓸 것 같다”고 했다.
최근 해외여행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면서 환전·해외 결제·ATM 출금에 드는 수수료를 면제해주는 상품이 인기를 끌고 있다. 핀테크 스타트업 트래블월렛의 ‘트래블페이’와 하나카드의 ‘트래블로그’가 대표적이다. 두 카드는 해외 여행객들 사이에서 ‘해외여행 필수템’으로 입소문을 탔다. 이에 금융권이 앞다퉈 환전 수수료를 면제해주는 여행 특화 카드, 외화 통장 등을 내놓고 있다. 외환 서비스 경쟁에 제대로 불이 붙은 모습이다.
◇토스뱅크도 출사표…경쟁에 불 지폈다
지난달 18일 인터넷은행 토스뱅크가 ‘환전 수수료 평생 무료’인 외화 통장을 출시하면서 은행들의 경쟁에 불을 당겼다. 국내 금융사 최초로 미국 달러, 일본 엔화, 유로화 등 17국 통화를 24시간 내내 수수료 없이 실시간 환전하는 서비스를 내놓은 것이다.
통상 은행들은 원화를 외화로 바꿀 때 매매기준율(외화를 사고팔 때 기준점이 되는 환율)보다 높은 환율을 적용하고, 외화를 원화로 바꿀 때는 이보다 낮은 환율을 적용했다. 그리고 그 차액만큼을 환전 수수료로 가져갔다. 하지만 토스뱅크는 수수료를 챙기지 않고 매매기준율로 환전해준다는 것이다.
이 밖에 기존 토스뱅크 체크카드를 활용해 해외에서 결제할 수 있고 ATM 출금도 가능하다. 오는 7월 31일까지 결제·출금 수수료도 무료다. 예컨대 미국 현지에서 1000달러를 썼다면 해외 결제 수수료 3만5657원가량을 아끼는 셈이고, ATM 출금 때마다 내야 하는 3달러(약 4000원)도 절약하는 것이다. 토스뱅크에 따르면 외화통장은 지난 8일 기준 60만좌를 넘었다. 매일 2만8500명이 계좌를 만든 셈이다. 외화 통장과 기존 체크카드를 연결한 고객도 50만명을 넘었다.
토스뱅크가 외화 통장을 출시한 지 8일 만에 신한은행도 출사표를 던졌다. 신한은행은 오는 14일 30국 통화를 구매할 때 환전 수수료를 면제해주는 ‘쏠(SOL) 트래블 체크카드’를 출시한다. 신한은행 외화 계좌와 연결되는 체크카드다. 해외 결제·ATM 출금 수수료를 면제해주고, 외화를 원화로 환전할 때는 50% 환율 우대를 제공한다. 이외에도 연 2회 공항 라운지 무료 이용, 일본 3대 편의점·베트남 그랩(차량 공유업체)·미국 스타벅스 할인 등 혜택을 준다.
◇은행들 앞다퉈 “관련 상품 준비 중”
우리은행은 이달 중 기존 외화 통장인 ‘우리 외화바로예금’에서 달러로 환전할 때 수수료를 면제해주는 이벤트를 실시한다. 또 이르면 올 상반기 중 환전 수수료를 없애고, 해외 이용 수수료를 면제해주는 카드도 출시할 계획이다.
KB국민은행은 환전 수수료를 면제해주는 외화 통장 상품 출시를 검토 중이고, NH농협은행도 외화 통장을 해외 이용 결제 계좌로 사용할 수 있는 환전 수수료 우대 카드를 연내 출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인터넷은행인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도 관련 상품 출시를 준비 중이다.
환전 수수료 무료 혜택으로 외환 서비스 시장을 초기에 선점한 트래블페이(트래블월렛)와 트래블로그(하나카드)도 혜택 확대에 나섰다. 트래블월렛은 오는 5월부터 편의점 GS25 점포 2000여 곳에 깔린 디지털 키오스크를 통해 트래블페이 카드를 즉시 발급하는 서비스를 준비 중이다.
하나카드는 올해 3월까지 운영 예정이던 26국 통화 환전 수수료 무료 기간을 올해 12월 말까지 연장한다. 또 하나은행 61개 지점에서 바로 트래블로그 체크카드를 발급받을 수 있도록 했다. 다음 달부터는 하나은행 전 지점에서 발급이 가능해진다. 기존 모바일 앱을 통해서만 제공하던 서비스를 오프라인으로 확대해 대상 층을 넓히겠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