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불멸의 이순신’ 원작자이기도 한 소설가 김탁환이 전남 곡성에 작업실을 마련하고, 판소리 작업을 하고, 농업에 대한 얘기를 할 때 그런가 보다 했다. 그가 그 나름대로 굴곡진 삶을 살아가는 농업학자이자 농부인 이동현의 만남에 대한 책 ‘아름다움은 지키는 것이다’(해냄)를 냈을 때만 해도 내가 이 책을 이렇게 감동적으로 읽을 줄은 몰랐다.

한쪽 극단에 타워팰리스로 상징되는 한국의 최고 부자, 강남의 삶, 한국 경제의 진액 같은 삶이 있다. 또 다른 극단에는 홍익대와 국회를 몇 년간 떠들썩하게 했던 비정규직 청소 노동자 같은 문제가 있을 것이다. 이는 자본과 노동의 관점이다. 여기에 극단이 하나 더 있다면 언제 소멸해도 이상하지 않을 곡성과 같은 지방 소도시가 있을 것이다. ‘자본론’이 얘기하지 않은, 21세기에 더욱 중요해진 생태와 농업과 같은 주제가 거기 있다. 지금 김탁환이 이동현과 그 현장에 서 있다. 몇 년 전만 해도 ‘녹색평론’ 발행인 김종철이 서 있던 곳이다. 그 깃발을 지금 김탁환이 이어받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동현이 만든 농업 기업 미실란은 리모델링한 곡성의 폐교에 있다. 초등학생들이 광을 내며 닦던 교실 마룻바닥은 그대로 두었다. 책 제목 ‘아름다움은 지키는 것이다’는 거기에서 나왔다. 쌀의 아름다움이 책의 근간이고, 발아, 모내기, 김매기, 추수, 파종, 쌀농사의 흐름에 맞춰 책의 장절이 구성되어 있다.

케네스 볼딩이라는 경영학자가 지금까지 사람들은 ‘카우보이 경제’로 살았지만, 지구의 현실은 ‘우주선 경제’라는 얘기를 한 적이 있다. 한국도 어디든 가서 정복하고 자기 땅으로 삼았던 시대는 끝나가고, 우리 안의 물질과 에너지 그리고 토지를 잘 관리하면서 살아야 하는 시대로 접어든 것 같다.

강남에 좋은 건 다 가져다 놓고, 물과 에너지 그리고 폐기물을 다른 도시에 의존하는 비생태적 삶을 사는 동안 곡성과 같은 농업도시는 잠시 서 있기도 어려운 곳이 되었다. 헌법에 “국토와 자원은 국가의 보호를 받으며”라는 구절이 있다. 강남 밖, 아니 서울 밖의 국토는 전혀 ‘국가의 보호’를 받지 못한다. 사람들이 아니, 청년들이 그곳에서 떠난다. 우리 시대의 최전선으로 간 김탁환, 그가 아름다움을 지키는 얘기는 정말로 아름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