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사에서 근무할 때 35년 경력의 요리 연구가를 취재한 적이 있다. 그때 내가 마지막으로 했던 질문은 “앞으로 어떤 요리를 만들고 싶으신가요?”였다. 그리고 그 요리 연구가가 했던 대답이 오랜 시간이 지난 지금에도 기억난다. 그가 말했던 요리는 ‘좋은 재료에 소금으로만 간을 한 음식’이었다. 나이가 들수록 요리 경력이 쌓일수록 현란한 소스보다 소금 간을 선호하게 된다고 했다. 그리고 자신은 ‘좋은 예술 작품도 가장 단순한 모습’이라고 생각한다는 것이었다.

이후 창작자로 살면서 이 말이 두고두고 기억났는데, 좋은 문학 작품을 쓰기 위해서도 단순화시킬 수 있는 능력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학교에서 작법 시간에 교수님이 했던 어떤 말도 이런 맥락에서 비슷하다. “초보자이면서 부조리극을 쓰거나 실험적인 작법을 구사하는 것은 결국 독이 된다”라는 말이었다. 아직 배움이 서툰 단계에서 어려운 말들로 얼버무리고 이해하지 못하는 상황들로 플롯을 짜다 보면 그 작품은 부조리라는 명칭을 달게 되고 대단한 그 무엇처럼 보이기는 하지만 그것은 작가의 무능함을 가리는 하나의 도구일 뿐이라는 것이었다. 창작을 할 때 이런 점들을 늘 기억했다. 그래서 나는 ‘쉽고 단순하게’ 쓰는 방식을 선호해왔다.

일사일언 집필을 시작하면서 원고지 매수도 적고 자유주제이니 편하게 쓸 수 있을 거라 생각했지만 자만이었다. 역시 가장 어려운 단계는 ‘소금 간’ 단계다. 쉽고 단순한 작법을 실천해왔다고 생각했는데 세상을 바라보는 무거운 주제 의식에 눌려 나 자신의 행복을 길어 올리지 못했던 것 같다. 화려한 요리보다 순한 맛 가정식 백반이 더 차리기 힘든 것이었다. 일상에서 얻는 소소한 기쁨, 소소한 비판 정신, 소소한 깨달음을 나는 얼마나 기록하면서 살았는가, 얼마나 잘 기록할 수 있는가에 대해 나 자신에게 질문 던져보았다. 시원섭섭한 두 달의 집필을 마무리한다. 앞으로 일사일언의 애독자가 될 생각이다. 누군가가 기록하는 일상에 대한 시선은 마음을 깊게 파고드는 즐거움이란 걸 깨달았기 때문이다.

신춘문예 시조 당선자 황수아/박상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