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22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세르게이 쇼이구 국방장관이 나치 독일의 소련 침공 82년이 되는 '기억과 슬픔의 날'을 맞아 모스크바 알렉산더 정원에 있는 무명용사의 묘에 헌화하고 있다./TASS 연합뉴스

러시아 용병 단체 바그너 그룹이 반란을 촉발한 원인으로 지목한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의 향후 거취가 주목받고 있다. 쇼이구 장관이 이번 사태의 ‘패자’라는 평가가 우세하지만, 일각에서는 그의 입지가 오히려 강화될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로이터 통신은 26일(현지 시각) 쇼이구 장관이 러시아 군부대를 방문하는 영상을 러시아 국방부가 공개했다고 밝혔다. 쇼이구 장관이 바그너 그룹의 무장 반란 이후 처음으로 공개 석상에 모습을 드러냈다는 것이다. 다만 러시아 국방부는 쇼이구 장관의 방문 일시와 장소 등 구체적 내용을 공개하지 않았다.

앞서 바그너 그룹의 무장 반란 때 러시아군은 국가 안보 위기에 해당하는 상황임에도 허술하게 대응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바그너 그룹이 모스크바 턱밑까지 치고 올라오는 동안 러시아군이 사실상 속수무책으로 길을 내줬다는 것이다. 이런 탓에 쇼이구 장관은 이미 군 내부에서도 신망을 잃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세르게이 쇼이구(왼쪽에서 두번째) 러시아 국방장관이 러시아-우크라이나 분쟁에 연루된 러시아군의 첨단 통제소를 방문한 사진을 26일 러시아 국방부가 공개했다./러시아 국방부/로이터 연합뉴스

다만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쇼이구 장관을 바로 문책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당장 우크라이나군의 대반격이 벌어지는 상황에서 군의 수장을 물러나게 하면 혼란이 가중될 수 있기 때문이다. 쇼이구 장관은 1999년 푸틴과 함께 통합러시아당을 창당한 핵심 인물로, 푸틴의 충성파 인사로 분류된다. 그는 2012년부터 10년 넘게 국방부 장관을 맡아 최장수 장관으로 꼽힌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러시아 군부에 정통한 인사는 이번 무장 반란 이후 쇼이구 장관의 입지가 오히려 강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이번 사태를 중재한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은 국제 외교 무대에서 입지를 강화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루카셴코 대통령은 바그너 그룹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의 반란 소식이 전해지자 자원해서 중재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루카셴코 대통령이 프리고진과 약 20년간 개인적으로 알고 지냈다”며 “그의 중재 노력에 대해 푸틴 대통령이 감사를 표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