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의 체감온도가 35도를 넘어선 19일(현지 시각) 오후 1시. 전 세계 트렌드를 한눈에 볼 수 있다는 맨해튼 소호 거리의 한 가게는 한낮인데도 환하게 불을 밝히고 있었다. 통유리창 너머로 작은 매장을 들여다보니 선반에 루이비통, 샤넬, 디올 등 고가 브랜드 핸드백이 진열돼 있었다. 누가 봐도 ‘명품 매장’이었다. 그런데 들어가는 문은 열리지 않고 유리창에 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모두 휴무라고 적혀 있었다. 그 밑에 있는 QR코드를 스마트폰으로 찍어보니 가짜 명품의 문제점을 지적한 웹사이트로 연결됐다.
이곳은 명품 매장으로 위장한 전시장이다. 안에 있는 핸드백 35개는 모두 진품처럼 정교하게 만들어진 가짜를 뜻하는 ‘수퍼 페이크’ 제품이다. 전시는 유명한 중고 명품 거래 사이트 ‘더 리얼리얼’이 기획했다. 이 회사는 “너무나도 진짜 같은 가짜가 수없이 유통되고 있다”면서 “수퍼 페이크가 왜 문제인지 생각해 보자는 취지로 전시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창문엔 글귀가 적혀 있었다. “무엇이 진짜인지 스스로에게 물어라(Ask yourself what’s real).”
2011년 설립된 이 회사는 현재까지 위조품 약 25만개를 걸러냈다고 한다. ABC방송에 따르면, 위조품 거래액은 세계 무역액의 약 2.5%를 차지한다. 지난해 미국 관세국경보호청(CBP)은 의류, 액세서리, 전자 제품 등의 위조품 약 3조7000억원어치를 압수했다.
위조품의 폐해는 단지 소비자를 속이거나 원저작자의 지식재산권을 침해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판매 수익 일부가 불법 총기, 마약, 테러에 자금을 지원하는 범죄 조직에 흘러 들어가고, 아동 착취 같은 비윤리적 노동 환경에서 만들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라티 사히 레베스크 리얼리얼 대표는 “가짜 제품은 독성 있는 재료로 만들어져 매립됐을 때 야생동물에게 피해를 주고 온실가스를 배출할 가능성도 크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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