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G증권발 주가 폭락 사태를 수사 중인 검찰이 25일 라덕연(구속) H투자자문업체 대표와 관련된 서울 강남의 한 갤러리에 보관돼 있던 작품을 압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19일 영장을 발부받아 이 갤러리를 압수 수색한 데 이어, 이날 갤러리가 임의 제출한 작품을 추가 압수한 것이다. 검찰은 두 차례 압수를 통해 유명 화가의 작품을 상당수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단(단장 단성한)·합동수사1팀(팀장 이승학)은 25일 서울 강남구의 한 갤러리에 검사와 수사관을 보내 10점의 그림을 압수했다고 한다. 이 그림들은 라덕연 대표 혹은 변모 이사(구속)의 소유인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지난 19일 압수 수색에서도 12점의 그림을 압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이 두 차례에 걸쳐 확보한 그림 중에는 미국의 거장인 화가 앨릭스 카츠의 작품이 있다고 한다. 카츠는 ‘가장 미국적인 화가’로 꼽힌다. 대형 화면에 광고 사진처럼 대담한 크기로 인물을 그리는 ‘카츠 스타일’을 구축했다. 올해 3월 뉴욕 크리스티 경매에서 1977년작 ‘에이다의 초상화’가 23억원에 낙찰됐다.
또 극사실주의적 표현으로 유명한 김창열 화백의 물방울 작품, 영국 작가 데이비드 호크니의 작품도 검찰이 압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물방울 화가’ 김창열은 지난 2021년 별세 후 작품 가격이 2~3배 뛰었다. 별세 직후 홍콩에서 열린 크리스티 경매에서 1978년작 ‘물방울’이 14억원에 낙찰돼 작가 경매 최고가 기록을 경신했다.
데이비드 호크니는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예술가이자 현존하는 최고의 작가로 꼽힌다. 2018년 뉴욕 크리스티 경매에서 1972년작 ‘예술가의 초상’이 약 1019억원에 낙찰돼 생존 작가 그림 중 최고가를 기록했다. 이번에 검찰이 압수한 호크니 작품은 4점인데 포장도 뜯기지 않은 상태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압수된 그림의 가치와 어떤 경로로 라 대표 등이 구매했는지를 조사하고 있다. 검찰은 김창열의 그림을 수억원 대로 파악한 것으로 전해졌다. 카츠와 호크니의 작품은 수천만원에서 1억원 이상을 호가하는 판화이고, 그중 호크니의 꽃그림은 3500만원 이상이라고 한다.
검찰은 라 대표 등이 수수료 등 범죄 수익금으로 그 그림을 구매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한다. 라 대표 등은 이 갤러리에서 그림들을 구매할 때 투자자들이 결제하게 하면서 그림을 보내지 않거나 포스터 수준의 저렴한 그림을 보낸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이런 방식으로 투자자들로부터 거래 수수료를 받았다는 것이다.
해당 갤러리는 작년 2월 법인을 개설해 같은 해 3월부터 본격 운영에 나섰다. 해외 수입차 전시장 건물에 입점해 그림을 전시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작년 12월엔 한 명품 온라인 쇼핑몰에 입점해 그림을 판매하기도 했다. 25일 현재 해당 갤러리가 판매하던 그림은 모두 내려간 상태다. 갤러리의 소셜미디어 계정도 비활성화됐다.
검찰은 이 갤러리에서 압수한 그림과 별도로 서울 잠실의 한 호화 레지던스 비밀 사무실에 걸어 놓은 그림 4점, 청담동의 한 술집에 걸린 12점의 그림에 대해서도 소유 관계를 확인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검찰은 라 대표 등이 작년 4월부터 지난달 주가 폭락 직전까지 투자자들의 계좌 116개를 이용해 1200여 회에 걸쳐 총 474억원의 주식을 통정매매한 내역을 확보했다. 라씨 등은 통정매매 등 불법 시세조종으로 2642억원의 부당이득을 챙기고 그 절반인 1321억원을 수수료 명목으로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