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말부터 서울중앙지법에서는 법원장이 직접 장기 미제 사건 재판을 담당하게 된다. 이는 조희대 대법원장이 지난달 취임 후 재판 지연을 해소하기 위해 장기 미제 사건 재판을 법원장에게 맡기겠다고 한 데 따른 것이다.

서울중앙지법은 5일 “오는 19일 시행되는 법관 정기 인사에 맞춰 중앙지법에 민사 단독 재판부 1개를 신설하고 김정중 법원장이 이 재판부를 배석 판사 없이 혼자 담당하기로 했다”면서 “김 법원장은 기존 민사 단독 재판부의 장기 미제 사건을 재배당받아 처리하게 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김 법원장은 교통사고와 산업재해 관련 장기 미제 사건 재판을 맡게 됐다. 이 사건들은 손해배상액 산정을 위한 사전 절차인 의료 감정에서 결과가 나오는 데 오랜 시간이 걸려 재판이 지연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중앙지법 관계자는 “법원장이 직접 교통사고와 산업재해 재판을 담당하면서 의료 감정 절차의 현황을 점검하고 이를 바탕으로 재판 지연을 해소할 개선책을 마련해 신속하고 원활한 재판을 위한 사법행정적 지원을 함께 추진할 것”이라고 했다.

서울중앙지법은 전국 최대 법원으로 전체 1심 민사 단독 사건의 20%를 처리하고 있다. 김정중 법원장은 작년 2월 중앙지법 민사2수석부장판사에서 법원장으로 임명됐다. 김명수 전 대법원장의 마지막 법원장 인사 중 한 명이었다.

한편 법원장이 장기 미제 사건을 담당하는 제도는 앞으로 다른 법원에도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법원행정처는 지난달 19일 ‘법원장도 적정한 범위에서 민사, 형사, 가사, 행정 등 재판 업무를 담당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는 조항을 신설하는 대법원 재판 예규 개정안을 행정 예고했다. 한 법조인은 “법원장이 직접 재판을 맡아 장기 미제 사건을 처리하면 사법부에 대한 국민 신뢰가 높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