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상청은 이달 초부터 이어진 ‘늦은 한파’의 여파로 올겨울 들어 첫 한강 결빙이 관측됐다고 9일 밝혔다. 한강 결빙은 서울 동작구와 용산구를 잇는 한강대교 교각 상류 100m 위치에 설정한 직사각형 구간이 완전히 얼음으로 덮여 강물이 보이지 않는 때를 말한다. 올해 공식 한강 결빙은 평년(1월 10일)보다 30일, 1906년 관측 시작 이래 둘째로 늦었다.
당초 이번 겨울(지난해 12월~올해 2월)은 역대 둘째로 기온이 높았던 지난해(2023년 12월~지난해 2월)처럼 따뜻한 겨울이 될 것으로 예상됐다. 실제 지난해 12월 평균 기온은 영상 1.8도, 올 1월은 영하 0.2도로 평년보다 각각 0.7도 높았다.
그러다 입춘인 지난 3일부터 매서운 칼바람을 동반한 늦추위가 시작됐다. 2월 3~8일 서울의 일평균 평년 기온은 영하 1~2도 수준이지만, 올해엔 영하 8.6도(지난 5일)까지 떨어졌다. 서울의 아침 최저기온도 4~8일 5일 연속 영하 10도를 밑돌며 평년보다 낮았다.
겨울철엔 시베리아고기압이 남쪽으로 확장하는데, 기후변화 등에 따라 이 한기가 평년보다 강하게 내려오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기상청은 “서쪽에서 동쪽으로 흐르는 공기(편서풍)가 원활하게 흐르지 못하고 정체되면서, 이동이 어려워진 찬 공기가 우리나라로 유입되는 것”이라고 했다. 이번 한파는 10일에도 이어지다 11일 전국의 낮 최고기온이 영상 4~9도까지 오르며 누그러질 것으로 전망된다.
◇모스크바보다 더한 혹한에 백일해 기승
역대 둘째로 늦은 시기에 한강이 결빙된 건 지난 3일부터 지속된 한파 영향이 크다. 보통 닷새 이상 일 최저기온이 영하 10도 이하에 머무르고 일 최고기온이 영하인 수준의 추위가 나타나면 결빙이 발생한다. 최근 닷새(4~8일)간 서울의 일 최저기온은 영하 11.8~영하 10.7도, 일 최고기온은 영하 5.3~영하 0.2도였다. 지난 8일 서울의 일 최저기온은 영하 11.5도로 러시아 모스크바(영하 4.6도)보다 추웠다. 여기에 8일까지 이어진 바람이 9일 다소 잦아든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강풍으로 유속이 빨라지면 기온이 낮아도 결빙이 일어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번 한파가 북극의 온난화와 결부된 현상이란 분석도 나온다. 북극 주변 상공을 회전하면서 찬 공기를 가두는 제트기류가 온난화로 힘을 잃고 흐트러지면서 찬 공기가 남하, 한반도에도 늦은 추위가 찾아왔다는 것이다. 유럽연합 기후변화 감시 기구인 코페르니쿠스 기후변화연구소에 따르면, 이달 2일 기준 북극 기온은 1991~2020년 평균보다 20도 이상 높았다.
추위는 10일에도 이어지다 11일 낮부터 차츰 풀릴 것으로 전망된다. 10일 전국의 아침 최저기온은 영하 15도에서 영하 2도, 낮 최고기온은 0도에서 6도로 예보됐다. 11일 아침 기온은 여전히 낮지만 낮 최고기온은 4~9도로 점차 풀릴 전망이다.
한편 한파 영향으로 백일해 등 호흡기 질환에 감염된 환자가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백일해는 수두·홍역과 같은 2급 법정 감염병이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지난달 전국 백일해 환자는 2451명으로 전년 같은 기간(84명) 대비 약 29배로 급증했다. 백일해는 감기와 비슷한 증상을 보이며, 면역력이 약한 1세 미만 영아에게 치명적일 수 있다. 백일해에 걸리면 스스로 조절할 수 없는 발작성 기침이 4주 이상 이어진다. 백일해란 이름도 기침이 100일간 지속한다고 해서 붙었다. 폐렴, 중이염, 경련 등 합병증을 일으키거나 심하면 사망에 이를 수도 있다.
최근 인플루엔자(독감) 환자는 4주 연속 줄었지만, 유행 판정 기준(1000명당 8.6명)의 3.5배에 달했다. 지난달 26일~2월 1일(1월 5주 차) 독감 의심 환자 비율은 외래 환자 1000명당 30.4명으로, 1월 1주 차 정점(99.8명) 이후 감소 추세지만 여전히 전년 동기(27.2명)보다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