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음이 닮았다

칼 짐머 지음|이민아 옮김|사이언스북스|880쪽|5만원

아프리카인, 아시아인, 유럽인에겐 인종적 차이가 있기에, 이들의 유전자엔 공통점보다 차이점이 많을 것 같다. 그렇지만 아버지는 유대인, 어머니는 독일계 아일랜드인 저자의 유전체 분석 의뢰 결과는 예상과 달랐다. 나이지리아인 및 중국인 피험자의 유전체와 비교한 결과, 세 사람에겐 공통점이 훨씬 많았다. 인류에겐 공통 조상이 있기 때문. 약 30만년 전, 아프리카의 작은사람족(homini) 무리가 호모 사피엔스로 진화해 전 세계로 퍼지는 과정에서 만들어진 유전체가 후손에게 전달됐다. “인종이라는 개념은 인간의 유전적 다양성을 얼마나 잘못 설명하고 있는가?”

저자는 미국의 과학 저널리스트. 첫딸의 유전 질환 가능성을 계기로 유전학의 역사를 파고든다. 근친혼에 따른 합스부르크 왕가의 유전병, ‘대지’를 쓴 펄 벅의 딸에게 지적 장애를 안긴 페닐케톤요증, 미국의 계보학 붐 등을 추적한다. 취재를 거듭할수록 유전에 대한 저자의 시야는 넓어진다. ‘내가 딸에게 어떤 DNA를 물려줬을까’라는 우려가 ‘이 아이가 어떤 세계를 물려받게 될까’라는 기대로 변하는 사고 확장이 매혹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