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현지 시각) 에미상 시상식에서 최고 영예상인 작품상 드라마 부문은 미국 HBO의 ‘석세션(Succession)’에 돌아갔다. 이에 대해 같은 부문 후보에 올랐던 오징어 게임의 황동혁 감독은 한국 기자들과의 간담회에서 “시상자가 ‘에스(S)’를 발음하길래 스퀴드(Squid·오징어)가 나올줄 알고 일어나다가 ‘석세션’이 발표되길래 바로 주저앉았다”며 “(오징어게임) 시즌2로는 꼭 작품상을 타고 싶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이날 석세션은 배우 박해수·오영수가 후보로 올랐던 드라마 남우조연상(매슈 맥퍼디언), 황동혁 감독이 올랐던 드라마 각본상(제작자 제시 암스트롱)에서도 수상했다. 미디어 산업 재벌가의 치열한 경영권 다툼을 세밀하게 그려 호평받았고, 올해 에미상 25개 수상 부문에 올린 최다 후보작으로도 주목받았다. 현재 시즌4까지 방영됐으며, 앞서 시즌2 방영분도 2020년 제72회 에미상 드라마 부문 작품상을 비롯해 7개 부문을 수상했었다.
이날 영국 출신인 석세션 제작자 제시 암스트롱이 “우리가 에미상을 타기까진 분명 (영국) 찰스 왕보다 많은 표를 얻었을 것”이라고 한 수상소감도 화제였다. 이에 석세션 남주인공이자 스코틀랜드 출신 배우 브라이언 콕스는 “왕정을 유지하라(keep it royalist)”고 받아쳐 시상식 현장을 웃음 바다로 만들었다. 현재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서거 후 왕위에 오른 찰스 3세가 기존 불륜 스캔들 등으로 국민적 반감이 큰데다 왕정 유지에 대한 국민 찬반 투표론까지 거론되고 있는 영국 상황을 풍자한 것으로 해석됐다.
드라마 부문 여우주연상, 여우 조연상은 각각 약물과 트라우마 등으로 방황하는 10대 청소년들의 이야기 ‘유포리아(HBO)’에서 여주인공을 연기한 젠데이아, 마약 조직과 얽힌 가족을 그린 스릴러 드라마 오자크(넷플릭스)에서 열연한 줄리아 가너에게 돌아갔다. 줄리아 가너는 특히 같은 작품으로 2019년(71회)·2020년(72회)에 이어 에미상 드라마 여우조연상 3관왕을 달성하게 됐다.
코미디 시리즈 부문에선 애플TV+의 ‘테드 래소’가 작품상, 감독상(MJ 딜레이니), 남우주연상(제이슨 서데이키스), 남우조연상(브렛 골드스타인)을 거머쥐었다. 축구에 일자무식인 미식축구 코치 테드 래소가 영국 축구팀 코치로 발탁돼 겪는 좌충우돌 사건들을 즐겁게 그려냈다. 필라델피아 공립학교 교사들의 일상을 개그 소재로 풀어낸 미국 ABC 방송사의 ‘애봇 엘리멘트리’는 코미디 부문 여우조연상(셰릴 리 랠프)과 작가상(퀸타 브런슨)을 가져갔다. 코미디 부문 여우주연상은 전설적인 스탠딩 코미디언 ‘데버라 밴스’를 연기한 진 스마트에게 돌아갔다.
비(非)시즌제 작품에 주는 미니 시리즈 부문에선 작품상을 비롯해 남우조연상(머레이 바틀렛), 여우조연상(제니퍼 쿨리지), 각본상(마이크 화이트) 등 4관왕을 달성한 ‘화이트 로투스(HBO)’가 주인공으로 떠올랐다. 하와이 해변가 호텔 화이트 로투스의 이면에 감춰진 어두운 이야기를 6부작으로 속도감 있게 풀어낸 드라마다. 같은 부문 남우주연상과 여우주연상은 각각 ‘돕식: 약물의 늪(Hulu)’의 머레이 바틀렛, ‘드롭 아웃(Hulu)’의 어맨다 사이프리드에게 돌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