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를 내리시오, 제롬. 그리고 정치는 그만둬!”
상호 관세 충격 속에 뉴욕 증시가 이틀째 폭락 중이던 지난 4일(현지 시각),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제롬 파월 미국 연준(Fed) 의장을 향해 이런 공개 메시지를 올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에너지 가격이 내려갔고 인플레이션이 하락했으며, 심지어 계란 값도 69%나 내렸다. 이 모든 일은 (내가 취임한) 2개월 사이에 일어났다”며 “그는 항상 늦은 편이지만, 지금 그 이미지를 빠르게 바꿀 수 있다. 파월이 정책 금리를 인하하기에는 완벽한 시기”라고 종용했다.
그러나 파월 의장은 이날 버지니아 알링턴에서 열린 콘퍼런스 연설을 통해 트럼프의 주장을 일축했다. 그는 “관세 인상이 예상을 뛰어넘고 있다는 것이 분명해졌다”며 “관세는 적어도 일시적인 물가 상승을 불러올 가능성이 매우 높으며, 그 영향이 더 지속될 수도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연준)의 임무는 장기적인 물가 기대 심리가 안정적으로 유지되도록 관리하고, 한 차례의 물가 상승이 지속적인 인플레이션 문제로 나타나지 않도록 통화정책을 운영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의 기대와 달리 현재의 정책 금리(연 4.25~4.50%) 수준을 당분간 유지하며 지켜보겠다는 신호를 보낸 것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현지 언론들은 해석했다.
연준은 지난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후 공개한 점도표(연준 위원들의 향후 금리 전망을 나타낸 도표)에서 올해 연말까지 두 차례 금리 인하를 시사했다. 그러나 시장의 기대는 이보다 훨씬 앞서 있다. 6일 기준 시카고상품거래소 페드워치툴에 반영된 연준의 정책 금리는 빠르면 6월 연 4.00~4.25%로 한 차례 인하된 후 연말이면 3.25~3.50%로 총 4차례나 금리를 내릴 것으로 전망됐다.
연준은 그야말로 진퇴양난 상황이다. 아직 물가 상승률이 연준의 목표치인 2%에 도달하지 못했는데, 높은 관세 때문에 물가는 높게 유지되면서 경기는 꺾이는 스태그플레이션 위험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연준 부의장을 지낸 로저 퍼거슨은 CNBC 인터뷰에서 “연준이 물가라는 중대 임무를 사수하기 위해 올해 금리를 전혀 내리지 않을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