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호상박. 2023 삼성화재배 월드바둑 마스터스 패권은 28일 최종 3국에서 결판 짓게 됐다. 27일 고양시 삼성화재 글로벌캠퍼스서 벌어진 결승 3번기 2국서 셰얼하오(謝爾豪·25) 9단이 딩하오(丁浩·23) 9단에게 227수 만에 흑 불계승, 이틀 전 패배를 설욕하며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27일 거행된 삼성화재배 결승 2국. 셰얼하오(오른쪽)가 첫판 패배를 설욕, 1대1을 만들어 28일 최종 3국에서 패권을 가리게 됐다. /한국기원

결승 2국은 1국보다 훨씬 격렬했다. 초반은 백을 쥔 딩하오의 페이스. 견실한 포진을 구축한 뒤 특유의 치고 빠지기로 판을 리드해 갔다. 하지만 상변을 거쳐 우변과 중앙으로 전투가 번지면서 상황이 변하기 시작했다. 셰얼하오가 중앙의 흑세를 발판으로 조여가자 도처의 백돌들이 엷어진 것. 설상가상 딩하오는 116수째 시점부터 2시간을 다 쓰고 초읽기에 들어갔다. 셰얼하오가 1시간 6분이나 남긴 시점이었다.

딩하오는 시간과 적세(敵勢)에 시달리면서도 우상귀와 좌상귀 백 곤마를 모두 살리는 데는 성공했으나 대세마저 뒤집지는 못했다. 마지막 옥쇄작전이 무위로 돌아가면서 두 기사 간 상대 전적도 6승 6패로 균형을 되찾았다.

이번 대회 최종 우승자를 점치기는 쉽지 않다. 셰얼하오는 빠른 수읽기와 공격력이, 딩하오는 침착함과 타개 능력이 발군이다. 셰얼하오는 8강전서 강력한 우승 후보였던 신진서의 단곤마를 몰아쳐 몰살시킬 만큼 가공할 힘을 과시하고 있고, 딩하오는 매번 초읽기에 쫓기면서도 곡예사처럼 탈출하며 결승까지 왔다.

이번 결승은 2019년 24회 대회 이후 4년 만에 이뤄진 중국기사 간의 대결로 주목 받았다. 자국 최신 랭킹은 딩하오가 4위, 셰얼하오는 14위. 두 기사는 또 LG배 조선일보 기왕전을 통해 한 차례씩 세계 정상에 올랐다는 공통점도 있다. 셰얼하오는 2018년 22회, 딩하오는 올해 초 끝난 27회 우승자다.

딩하오는 세계 메이저를 정복한 중국 최초·유일의 2000년대 출생 기사이기도 하다. 2013년 입단, 2021년 국내 3관왕에 오르면서 상승세를 타기 시작했다. 셰얼하오는 2012년 입단했고 삼성화재배서 한 차례 4강(2018년)에 오른 경력이 있다.

최종 3국 결과에 따라 세계 메이저 타이틀 지도도 바뀔 예정. 딩하오가 이길 경우 현역 유일의 세계 2관왕이 된다. 딩하오는 지난 2월 열린 제27회 LG배 우승자. 28회 대회에선 중도 탈락했지만 새 챔프가 결정될 내년 1월까지는 타이틀 보유자로 인정받는다.

신진서는 삼성화재배를 내놓으면서 타이틀 지분이 1개(잉씨배)로 줄었다. 변상일(춘란배), 구쯔하오(란커배), 미위팅(몽백합배) 등 군웅할거 양상 속에 셰얼하오와 딩하오 중 1명이 삼성화재배를 차지한다.

상금은 우승 3억원, 준우승 1억원. 국가별 우승 횟수는 한국 14회, 중국 12회, 일본 2회로 조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