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는 지난해 역대 최대 규모인 28조3397억원의 연구개발비를 지출했다. 작년 매출의 10.9%에 달하는 금액이다. 반도체 사업이 어려웠지만, 미래를 위해 더 과감한 투자에 나선 것이다. 삼성전자는 전 세계적으로 22만4731건의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 작년에만 국내 특허 8909건, 미국 특허 8952건을 등록했고, 2년 연속 미국 특허 승인 수 1위를 차지했다. 미국 퀄컴(2위), 대만 TSMC(3위)가 그 뒤를 이었다. 이재용 회장은 지난 2022년 “첫째도 기술, 둘째도 기술, 셋째도 기술”이라고 말한 데 이어, 올 1월에도 “새로운 기술 확보에 우리의 생존과 미래가 달려있다. 어려울 때일수록 선제적 R&D와 흔들림 없는 투자가 필요하다. 더 과감하게 더 치열하게 도전하자”고 했다.
◇모든 제품에 AI 본격 적용
삼성전자는 모든 디바이스에 AI(인공지능)를 본격 적용하고 있다. 고객에게 ‘생성형 AI’와 ‘온디바이스 AI’를 통해 새로운 경험을 제공한다는 목표다. 먼저 갤럭시 전 제품(스마트폰·폴더블·액세서리·XR)에 AI 적용을 확대하고 있다. 통·번역 기능이 탑재된 갤럭시 S24 시리즈는 지난 1월 말 출시 후 최단기인 28일 만에 100만대가 판매됐다. 홈가전도 지능형 제품으로 변모하고 있다. ‘비스포크 AI 콤보’는 세탁기·건조기가 하나로 합쳐져 99분 만에 세탁·건조를 끝낼 수 있고, 소형 스크린에서 연결된 기기를 확인할 수 있는 제품으로 지난 2월 출시 후 판매 1만대를 돌파했다. TV는 네오 QLED와 초대형 프리미엄 제품을 중심으로 2006년 이후 18년 연속 글로벌 판매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전사적으로 AI 역량을 고도화해 차세대 전장(자동차 전자 부품), 로봇, 디지털 헬스 등 신사업도 적극 육성하고 있다.
◇기흥 R&D단지에 20조원… AI 반도체 대응
삼성전자 DS(반도체) 부문은 그동안 초일류 미세화 기술로 독보적 경쟁력을 갖춰왔다. 앞으로도 2030년까지 기흥 R&D 단지에 20조원을 투입해 AI 반도체 등에 적극 대응할 계획이다. 메모리는 프리미엄 제품을 중심으로 수익성을 높일 예정이다. ‘고용량 DDR5′ 시장을 주도하는 한편, AI용 반도체인 HBM(고대역폭 메모리) 경쟁력 강화를 위해 차세대 HBM3E 적기 양산에 나선다. 시스템 반도체 분야에선 AI 시장 확대를 계기로 사업에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파운드리(위탁 생산)는 ‘3나노 GAA’ 공정을 안정적으로 양산하고 2나노 공정 개발을 지속하면서 AI 가속기 등 수주를 확대할 계획이다. 미래를 위한 신사업도 한창이다. 지난해 시작한 ‘어드밴스드 패키지’ 사업은 올해 2.5D 제품으로 1억달러 이상 매출을 올릴 것으로 보인다. SiC(실리콘카바이드), GaN(질화갈륨) 기반 차세대 전력 반도체와 AR 글라스용 마이크로 LED 기술도 개발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