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임용되는 판사들이 업무 부담이 많은 재판부에 배치되면 바로 휴직하는 사례가 최근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27일 전해졌다. 일은 덜 하면서 여가는 더 즐기려는 기존 판사들의 ‘워라밸’ 추세가 신임 판사들에게도 번지고 있는 것이다.
수도권 지역의 한 법원에서는 지난해 배치된 신임 판사 5명 가운데 2명이 휴직했다고 한다. 올해도 신임 판사 4명 중 1명이 휴직계를 낸 것으로 전해졌다. 일정 기간 변호사 경력을 가진 법조인 중에서 판사를 선발하는 ‘법조 일원화’가 시행되면서 이런 일이 늘어나기 시작했다고 한다.
한 부장판사는 “로펌 소속 변호사로 고액 연봉을 받으며 눈코 뜰 새 없이 바쁘게 일하다가 경력 법관으로 자리를 옮기며 법원을 휴식처로 여기려는 이들이 있다”고 말했다. 신임 판사들을 재판부에 배치하는 업무를 맡았던 다른 판사는 “휴직을 하겠다고 미리 알려주면 그나마 다행”이라며 “재판부 배치까지 마쳤는데 느닷없이 휴직계를 내버려 소속 법원을 낭패에 빠뜨리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기존 법관들 중에도 정기 인사를 앞두고 형사 합의부처럼 업무 부담이 많은 재판부에 배치될 가능성이 높으면 미리 휴직계를 던지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심지어 재판부에 배치돼 담당 사건을 배당받아 재판을 진행하던 중에 돌연 휴직에 들어가 6개월쯤 뒤에 복직하는 판사들까지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자신이 휴직한 기간에 다른 판사가 재판을 처리한 뒤에 복직하면 상대적으로 일이 적은 재판부로 옮겨갈 수 있다는 계산에 따른 행동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한 부장판사는 “과거에는 판사들이 자신에게 주어진 재판은 무슨 일이 있어도 묵묵히 처리하는 게 정상이었는데 요즘은 본인 사건을 동료 판사들에게 떠넘기고 휴직하는 일도 아무렇지 않게 생각하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