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제주항공 참사’가 발생한 전남 무안군 무안국제공항 활주로의 모습. 활주로에 전날 사고 항공기가 동체 착륙을 하면서 남긴 검은색 ‘스키드 마크(급제동 시 도로에 남는 자국)’가 보인다./장련성 기자

무안공항에 비상 동체 착륙한 제주항공기가 활주로를 벗어나 ‘둔덕’에 충돌하기까지 미끄러졌던 ‘종단안전구역’ 구간이 300m 이상으로 충분히 확보됐더라면 참사를 막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2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국제민간항공기구(ICAO)는 공항 안전 관련 회의록 등을 통해 “항공기 오버런(이착륙 시 활주로를 벗어나는 상황)이 발생해도 ICAO 권고치(활주로 끝에서 300m 이상)만큼 종단안전구역을 두면 항공기의 83%는 그 안에 멈춰 선다”고 강조했다. 반면 종단안전구역을 최소 기준인 150m로 하면 61%만 그 안에서 정지했다. 열 번 정도 사고가 났을 때 두 대 정도의 항공기를 더 보호할 수 있는 셈이다. 종단안전구역을 충분히 마련하면 활주로를 이탈한 항공기를 더 잘 보호할 수 있다는 것을 구체적인 통계 수치로 언급했다.

우리나라를 비롯한 전 세계 공항은 종단안전구역 내에는 시설물이나 장비를 둬서는 안 되고, 로컬라이저처럼 이착륙을 돕는 장비는 쉽게 부러질 수 있는 형태로 설치해야 하는 등 엄격한 안전 규정을 적용하고 있다. 한국공항공사 무안공항 지사는 지난해 1월 종단안전구역이 국제기구 권고 기준에 못 미친다는 점을 내부 회의에서 지적했지만, 개선 작업에 나서지는 않았다. 해당 회의 자료를 보면 ‘공항안전운영기준 미달 사항에 대한 보완 계획’이라는 항목에서 “종단안전구역의 길이가 권고 기준에 비해 41m 짧다”고 언급했다. 하지만 “무안공항 2단계 확장 시 (길이) 추가 확보를 검토해보겠다”고만 하고, 구체적인 대책을 마련하지 않았다.

당장 로컬라이저가 설치된 콘크리트 둔덕을 옮기는 게 어려웠더라도 EMAS(항공기 이탈 방지 시스템) 같은 추가적인 안전 시설을 설치하는 걸 검토해볼 수 있었다. EMAS는 활주로 끝에 설치되는데, 항공기가 활주로를 벗어나 EMAS 영역에 들어오면 마치 보도블록과 같은 바닥이 깨지면서 항공기를 붙잡아준다. EMAS는 미국 내 71개 공항의 121개 활주로 근처에 설치돼 있다. 미국 연방항공청(FAA)은 홈페이지를 통해 “EMAS는 1999년 5월부터 작년 7월까지 활주로 이탈 사고 22건이 발생했을 때 총 432명이 탑승한 항공기를 안전하게 멈춰 세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