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지인이 서울의 한 인기 지역에 집을 보러 갔는데 “집주인들이 그동안 팔려고 내놨던 집을 싹 거둬들여 매물이 없다”는 공인중개사 말에 헛걸음을 했다고 한다. 그나마 있던 매물도 하룻밤 새 집주인들이 값을 왕창 올렸다고 한다. 부동산 사이트 등에도 역대 정권별 집값 상승 통계표와 함께 “진보 정권이 잡으면 서울 집값 오른다”는 속설까지 나돈다.
▶시민단체 경실련이 김영삼 정부 때부터 서울 아파트값을 분석했더니 28년간의 전체 상승액 중 74%가 노무현·문재인 정부 때 올랐다. 노무현 정부는 강남, 서초, 송파, 목동, 분당, 평촌, 용인 등 집값 많이 오른 7곳을 콕 찍어 거품이 끼었다고 했다. 거품이 꺼질 것이라는 정부 주장과 반대로 이 ‘버블 세븐’과 주변 집값은 더 올랐다. 문재인 정부 때는 기존 강남 3구에 강동, 마포, 용산, 과천을 묶어 ‘노블 세븐’이라는 신조어가 등장했다. 이 노블 세븐을 포함해 수도권 대부분을 규제했지만 집값은 거침없이 올랐다. 정부가 투기꾼 때문이라고 특정 지역을 ‘원점 타격’해봤자, 일반적인 주택 수요자들까지 그곳을 정부 공인 ‘우량주’로 받아들여 수요는 더 몰렸다.
▶역시 진보 정부인 김대중 정부 때도 집값은 많이 올랐다. 외환 위기 극복을 위해 고금리를 빠르게 낮추고 경기 부양책을 쓰면서 부동산 규제를 대폭 풀었다. 그 결과 집값 상승기에 진입했는데 뒤를 이은 노무현 대통령은 국토 균형 발전 명분으로 세종시 이전, 혁신 도시 건설 등을 동시다발로 추진하면서 전국에 100조원 가까운 토지 보상금을 풀었다. 돈은 왕창 풀어놓고, 주택 수요를 투기로 몰아 세금 때리고 온갖 억제책을 펴봤자 집값이 잡힐 리 만무했다.
▶노무현 정부의 실패를 거울 삼지 못하고 문재인 정부도 징벌성 세금을 휘두르며 규제 일변도로 나가다가 ‘미친 집값’만 만들어놨다. 집값만이 아니다. 임대차 2법을 밀어붙이고 전셋값이 급등하자 전세 자금 대출을 왕창 늘렸다. 이명박 정부 때 6조원, 박근혜 정부 때 36조원 수준이던 전세 자금 대출 잔액이 문재인 정부 때 162조원에 달했다. 선의의 정책이지만 결과는 참담했다. 손쉽게 대출되는 허점을 노려 전세 사기가 기승을 부렸다. 무주택자들이 전세를 기피하고 월세로 몰리면서 월세가 급등했다. 치솟은 월세에 쓸 돈이 마르니 내수가 침체되는 악순환이 거듭된다.
▶정부의 섣부른 개입이 시장을 왜곡하는 일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이재명 대통령은 “세금으로 집값 잡는 일은 하지 않겠다”고 했다. 서민과 약자 위한다는 민주당이 정권 잡을 때마다 집값 격차가 심해지는 역설을 제발 이번에는 끊어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