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분기 서울 아파트 월세 거래량이 1년 전보다 30% 가까이 급증하면서 통계 집계 이후 처음으로 2만건을 돌파했다. 같은 기간 전세 거래는 7% 늘어나는데 그쳤다. 최근 수년간 보유세 부담이 급증한 집주인들이 현금 확보가 쉬운 월세를 선호하게 된 것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또한 작년 하반기부터 대출 금리가 가파르게 오르면서 세입자들이 전세금을 구하기 어려워지자, 임대차 시장에서 ‘전세의 월세화’가 가속화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12일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 1분기 서울 아파트 월세 거래는 2만1091건으로 작년 같은 기간(1만6454건)보다 4637건(28.2%) 증가했다. 1분기 월세 거래량이 2만건을 돌파한 건 2010년 서울시가 거래량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이후 처음이다. 같은 기간 전세 거래는 3만1148건에서 3만3361건으로 7.1% 늘었고, 아파트 매매 거래는 1만3373건에서 3329건으로 75.1% 급감했다. 집값 급등과 대출 규제 여파로 집을 사려는 사람은 줄어든 상황에서도 전·월세 수요는 꾸준히 유지됐는데, 특히 월세 시장으로 쏠림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전체 전·월세 거래에서 월세가 차지하는 비율은 작년 1분기 34.6%에서 올해 1분기 38.7%로 4.1%포인트 상승했다.
전세의 월세화가 가속하는 데엔 전세대출 금리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최근 시중은행 전세대출 금리는 최고 5%대까지 올랐다. 올해 2월 기준 서울의 전·월세 전환율은 4.2%다. 임차인이 신용도가 높지 않은 경우라면 전세대출을 받아 매달 이자를 내는 것보다 보증금을 줄인 금액만큼 월세를 내는 게 비용 부담이 오히려 적다는 뜻이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2년 전 계약갱신권을 사용한 임차인들이 새로 전셋집을 구하기 시작하는 올 하반기에 전·월세 시장 불안이 더 가중될 수 있어 대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