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도

국제 정세가 요동치고 있다. 북한까지 참전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3년째 지속되고 있다. 중동의 불안과 포화도 여전히 진행형이다. 트럼프 2기 행정부는 동맹국에 대해서도 관세를 부가하는 변칙적인 압박 전술을 구사하며 예측 불가능한 상황을 만들고 있다. 중국은 다시 일어서고 있다. 네이처 선정 과학 분야 세계 10대 대학 2~9위가 모두 중국 대학이다. 추론 AI ‘딥시크’는 세계를 뒤흔들었다. 중국의 굴기는 우리에게 심각한 위협이 될 가능성이 높다.

프랜시스 후쿠야마는 ‘역사의 종말’을 통해 이념 전쟁은 냉전 시대를 끝으로 자유민주주의 승리로 끝났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최근의 국제 정세는 분열과 갈등이 ‘종말’되는 것이 아니라 새롭게 ‘시작’되는 것으로 보인다. 많은 나라에서 국내 정치의 분열과 국제 사회의 충돌을 동시에 겪고 있다. 안팎으로 새로운 힘으로 태동하고 작용하며 이합집산해 또 다른 권력의 파도가 형성된다. 2차 대전 이후로 가장 큰 먹구름이 다가오고 있지만 우리는 집안싸움을 하고 있다. 침략을 당해 국토가 유린된 아픈 역사에서 어김없이 나타났던 전조 현상이다.

바로 이럴 때 우리 내부의 약한 고리부터 적대적인 외세가 개입하면서 나라가 무너지는 것이 보아왔던 수순이다. 휴민트(인간 정보)에 소셜미디어 등을 통한 심리전 형태로 선거까지 개입하는 하이브리드전이 세계적으로도 목격된다. 지난 70년간 우리가 한미 동맹의 바탕 위에 평화를 누리며 ‘번영’과 ‘행복’을 위해 땀 흘렸다면 이제 다시 ‘생존’을 걱정하는 시대로 접어들고 있음을 깨달아야 한다.

올가을 개최될 2025 APEC 정상회의는 향후 대한민국의 운명을 가늠할 시험대다. 트럼프, 푸틴, 시진핑, 이시바 등 환태평양 21국 정상이 경주에 모이는 상황은 우리에게는 두 번 다시 없을 기회이기 때문이다. 자유무역과 다자간 협력의 틀이 흔들리고 반도체‧방위산업 등 경제가 국가 안보와 연결되고 있는 환경에서 우리는 APEC 의장국으로서 어떤 경제 질서를 주장하고 설득해야 하는지 깊이 고민해야 한다.

필자는 통일 신라의 수도인 경주에서 열릴 2025 APEC 정상회의에서 트럼프를 통해 김정은을 초청해서 한반도 문제의 큰 진전을 도모할 것을 윤석열 대통령에게 건의하고 조셉 윤 주한 미국 대사 대리에게도 제안한 바 있다. 강대국의 틈바구니에서 의제를 제안할 수 있는 천금 같은 기회를 살릴 탁월한 전략을 마련하는 데 국가의 모든 역량을 총동원해야 한다.

아울러 ‘지붕 없는 박물관’인 경주에서 한국 문화의 정수를 보여줄 수 있도록 국가와 민간의 대담한 투자가 필요하다. 한국이 자랑하는 세계적인 음악가, 미술가, 영화인 등도 참여해 주기 바란다. 한류 문화는 5000년 역사 위에 지난 70년의 번영과 자유의 확장을 통해 우리가 창조한 무기다. 하드 파워(군사‧경제력)의 부족함을 보완할 수 있는 소프트 파워(설득력)로써 국가 생존과 번영에 기여할 수 있다.

일론 머스크 등 글로벌 기업 CEO들까지 참석하기 때문에 한국의 놀라운 성취와 아름다운 문화를 제대로 선보인다면 국격을 높이는 것은 물론이고,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열어갈 수도 있다. 다시 도래하고 있는 ‘생존의 시대’에 대한민국 안보를 튼튼히 하고 경제 성장과 한류 확산의 교두보를 만들 수 있도록 2025 APEC 정상회의 준비에 국민 모두의 관심과 역량을 모아야 한다.


△매일 조선일보에 실린 칼럼 5개가 담긴 뉴스레터를 받아보세요. 세상에 대한 통찰을 얻을 수 있습니다. 구독하기 ☞ https://page.stibee.com/subscriptions/9117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