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 실거래가가 7개월 만에 반등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지난 1월 초 용산구 및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를 제외한 서울 전역을 규제지역에서 해제하는 등 대대적인 부동산 규제 완화에 나선 영향으로 풀이된다.

16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 1월 서울 아파트 실거래가지수는 전월보다 0.81% 올랐다. 실거래가지수가 상승한 것은 지난해 6월(0.23%) 이후 7개월 만이다. 지난해 연간 하락 폭은 22.18%로 2006년 통계 작성 후 가장 컸다.

부동산원이 표본 조사를 통해 작성하는 매매가격지수와 달리, 실거래가지수는 월별로 실제 거래된 아파트의 가격 변동을 전수(全數) 조사해 만든다. 거래 신고 기간(30일)과 분석에 걸리는 시간 때문에 한 달 정도 늦게 발표된다. 시장 상황을 비교적 가장 정확하게 반영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서울 5대 권역 가운데 노원·도봉·강북구가 포함된 동북권의 지난 1월 실거래가지수 상승 폭이 1.69%로 가장 컸다. 동북권은 지난해 1년 간 실거래가지수가 24.5% 급락해 서울에서 가장 낙폭이 컸던 지역이다. 마포·은평·서대문구가 있는 서북권(1.61%)이 뒤를 이었고, 동남권(강남·서초·송파·강동)도 1.15% 상승했다. 반면 도심권(용산·종로)과 서남권(강서·양천)은 각각 1.34%, 0.2% 하락했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정부의 부동산 규제 완화와 봄 이사철 영향으로 낙폭이 컸던 지역에 매수세가 유입된 것”이라며 “아직 시장 분위기가 바뀌었다고 판단하기엔 이르지만 집값이 바닥에 가까워졌다는 심리는 확산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에서는 지난해 가격 조정 폭이 컸던 아파트를 중심으로 올해 들어 실거래가가 10% 이상 반등한 사례가 곳곳에서 확인된다. 송파구 헬리오시티 전용면적 84㎡는 2021년 10월 23억8000만원에서 작년 12월 15억9000만원으로 실거래가가 30% 넘게 떨어졌지만, 지난 1월 18억5000만원에 거래되며 낙폭을 상당 부분 회복했다. 강동구 고덕그라시움 84㎡도 작년 10월 13억8000만원까지 떨어졌던 실거래가가 지난달 16억원으로 올랐다. 송파구에서 영업중인 한 공인중개사는 “작년 하반기 내내 안 팔리던 급매물이 올 1~2월 사이 대부분 소진되면서 집주인들이 호가(呼價)를 높이고 있다”며 “집을 구하는 손님 자체는 여전히 적지만 시세보다 저렴하게 나오는 매물은 금방 소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가 서민 실수요자의 이자 부담을 낮춰주기 위해 올해 1월부터 시행 중인 특례보금자리론도 주택 수요 회복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부동산R114가 국토교통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올 들어 지금까지 거래된 서울 아파트 중 작년 4분기에 비해 실거래가(동일단지 동일면적 비교)가 상승한 비율은 52.2%로 절반을 넘겼다. 실거래가가 오른 거래 277건 중 156건(56.3%)이 특례보금자리론 적용 대상인 9억원 이하 아파트였다. 특례보금자리론을 이용하면 시중 은행보다 1~2%포인트 낮은 금리로 최대 5억원까지 대출 가능하다. 부동산R114는 “특례보금자리론이 출시된 후 중저가 아파트에 대한 수요가 늘면서 거래량이 증가하고 가격도 오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서울 이외 지역의 아파트 값은 여전히 하락세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경기(-1.35%)와 인천(-1.08%)은 1월 아파트 실거래가지수가 하락했고, 전국 실거래가지수도 0.79% 내렸다. 여경희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규제 완화로 주택 매수 수요가 살아나고 있지만 일부 지역에 국한될 가능성이 높다”며 “지역과 아파트 단지에 따라 부동산 시장의 온도 차가 클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