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대 농구부가 2006~2008년 세운 52연승은 대학 농구에서 지금도 깨지지 않은 기록이다. 그 중심에 선 두 명의 중앙대 07학번 동기가 오세근(35·안양 KGC), 김선형(34·서울 SK)이다. 졸업을 앞둔 2010년엔 대학 리그 25전 전승을 이끌었을 정도로 호흡이 척척 맞았다.

둘은 2011년 프로로 데뷔하며 다른 유니폼을 입었다. 오세근은 2011년 신인 드래프트 전체 1순위로 KGC 유니폼을 입었고, 김선형은 전체 2순위 지명을 받아 SK에 입단했다. 둘 다 지금까지 한 팀 소속으로 11년 동안 리그 정상급 기량을 펼쳤다.

베테랑 반열에 올라온 만큼 둘은 큰 경기 경험도 많다. 김선형은 플레이오프와 챔피언결정전을 통틀어 42경기에 나섰다. 2년 차였던 2012-2013시즌 정규 시즌 MVP에 올랐고, 2017-2018시즌엔 첫 우승 트로피를 품에 안았다. 오세근은 플레이오프와 챔프전 총 62경기에 나서 세 차례 우승(2011-2012·2016-2017·2020-2021시즌)을 거머쥐었다.

공교롭게 둘은 플레이오프에서 한 번도 마주치지 않았다. 2년 차이던 2012-2013시즌 4강 플레이오프에서 맞붙을 뻔했으나 오세근이 부상으로 뛰지 못했다. 당시 김선형이 활약한 SK가 3승1패로 챔피언전에 올랐다.

올 시즌 챔피언결정전에서 처음으로 맞붙게 된 둘은 29일 서울 강남구 KBL 센터에서 열린 미디어데이에서 남다른 감회를 밝혔다. 오세근은 “선형이는 워낙 친한 친구고, 오랫동안 같이 지내왔다”며 “큰 무대에서 상대 팀으로 뛰는 것은 처음이다. 기분이 묘한 것은 사실이다”라고 했다. 김선형은 “중앙대에서 함께한 추억도 많고 이룬 것도 많다”며 “11년 만에 처음 붙는 게 챔피언결정전이라니… 느낌이 이상하다. 재미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우승에 대한 욕심은 둘의 우정만큼 컸다. 오세근은 “승부는 승부”라며 “선형이가 혼자 잘하고, 우승은 우리가 하겠다”고 했다. 이에 김선형은 “내가 잘하면 팀이 이긴다”고 응수하며 “나도 잘하고 우승도 하면서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고 했다.

서울 SK는 정규 시즌 1위를 차지했지만, 3위 안양 KGC에 1승5패로 열세였다. 속도전을 펼치는 SK의 공격이 수비 전열을 빠르게 가다듬는 KGC에는 통하지 않았다. 특히 SK 외국인 선수 자밀 워니가 KGC 오마리 스펠맨에게 공수에서 고전했다. 워니(199cm·115kg)는 육중한 체격으로 밀어붙이면서 공격하는데, 본인과 비슷한 체격인 스펠맨(203cm·111kg)에게는 이런 방법이 먹히지 않았다. 수비에서는 외곽슛을 갖춘 스펠맨을 따라다니지 못하며 3점을 번번이 내줬다.

이런 점 때문인지 전희철 SK 감독은 “KGC는 지난해 우승 팀인 데다, 상대 전적에서 밀리기 때문에 도전자 입장에서 붙어볼 생각”이라며 “스펠맨이 정상적인 몸 상태라면 우리가 상대하기에 까다로울 것”이라고 했다.

스펠맨은 무릎 부상으로 6강, 4강 플레이오프에 결장했다. KGC는 그를 대신해 다른 외국인 선수인 대릴 먼로가 매 경기 풀 타임에 가까운 시간을 뛰며 체력이 많이 떨어진 상태다. 오세근도 힘 좋은 골밑 파트너인 스펠맨이 있으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

김승기 KGC 감독은 “스펠맨의 몸 상태가 100%는 아니라 일단 먼로가 먼저 나서고, 경기 상황을 보면서 스펠맨의 출전 시기와 시간을 정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