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지도부’ 출범으로 비주류로 전락한 더불어민주당 친문계와 비명계는 당분간 ‘로키(low-key)’ 행보를 보일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이 대표의 보궐선거 ‘셀프 공천’ 의혹과 ‘방탄용 당헌 개정’을 문제 삼으며 비판 목소리를 내 왔지만, 이 대표가 당을 장악한 이상 더는 각을 세우기 어렵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28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체조경기장 KSPO돔에서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선출을 위해 열린 제5차 정기전국대의원대회에서 이재명 당대표 후보와 박용진 당대표 후보가 손을 들어보이고 있다. /뉴스1

한 친문 의원은 28일 통화에서 “당직을 욕심내기도 어렵고, 공천도 불확실해진 상황에서 대부분 각자도생하는 분위기가 크다”며 “지역밖에 믿을 게 없다는 인식이 강해 국회보다는 지역구에 머무는 의원이 많다”고 했다. 친문계 인사들 중엔 되레 이 대표와의 친분을 과시하는 의원들도 있다. 한 인사는 “이 대표가 탕평 차원에서 일부 당직에 친문 인사를 쓸 텐데, 친문에서 친명으로 연착륙을 시도하려는 사람들도 있다”고 했다.

이번 전당대회에서 친문, 비명계는 별다른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했다. 친문계 중진인 홍영표·전해철 의원이 출마를 포기했고, 범친문인 강병원·설훈 의원이 당대표 경선에 나섰지만 ‘컷오프’ 됐다. 스스로 친문이라고 내세우는 후보도 없었다. 비명계에서 윤영찬 의원이 최고위원 후보를 사퇴하며 송갑석 의원 지지 선언을 했지만, 송 의원 역시 탈락했다. 한 친문 의원은 “조직력이 받쳐주지 못한 데다, 친문 당원 상당수가 투표 자체를 포기한 것 같다”고 했다.

이런 가운데 재기를 노리는 분위기도 있다. 이 대표의 실책이 쌓이거나 사법 리스크가 현실화하면 분위기가 반전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한 비명계 의원은 “당 지도부가 친명 일색으로 꾸려져 결국 모든 책임은 이 대표에게 갈 것”이라고 했다. 이낙연 전 대표도 2020년 당대표 선거 때 ‘어대낙(어차피 대표는 이낙연)’ 분위기 속에서 당시 최고 득표율로 당선됐지만, 이듬해 초 이명박·박근혜 대통령 사면을 주장하면서 급격하게 지지율이 떨어졌다.

일각에선 분당(分黨)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한 친문 의원은 “지금이야 대놓고 분당을 언급하긴 어렵지만, 공천 학살이 벌어지면 어떤 일이 생길지 장담 못 한다”며 “탈당하겠다는 사람이 20명만 되면 분당 사태가 현실화할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