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서울 한강에서 색다른 철인 3종 경기가 처음 열렸다. 이름은 ‘쉬엄쉬엄 한강 3종 축제’. 이름처럼 누구나 쉬엄쉬엄 자기 실력에 따라 수영, 달리기, 자전거 3종목을 완주하면 메달을 준다. 힘들면 이틀에 걸쳐 완주해도 된다. 튜브를 타도 된다.
초보자 코스는 수영 300m, 자전거 10㎞, 달리기 5㎞다. 상급자 코스는 수영 1㎞(한강 도하), 자전거 20㎞, 달리기 10㎞다. 이틀간 시민 1만명이 참가했다.
평소 지하철에서 내려다보던 한강 물에서 수영하면 어떨지 궁금해서 기자도 참가했다. 기자는 평소 운동을 하지 않는다. 수영장은 성인이 돼서 딱 3번 가봤다. 키 183㎝에 몸무게는 96㎏이다. 안 죽으려고 오리발까지 찼다.
초보자는 뚝섬한강공원 앞 300m를 헤엄치면 된다. 코스를 따라 부표(浮標)를 띄워놔 힘들면 붙잡고 쉬어도 된다.
입수 후 첫 느낌, 한강은 시원했다. 이날 한강의 물 온도는 20도 정도였다. 그리고 물결이 있다. 생각보다 묵직해 가만히 있으면 둥둥 떠내려간다. 수질은 동남아 앞바다를 생각하면 안 된다. 그래도 프랑스 파리의 센강이나 영국 런던 템스강보다는 깨끗하다고 한다. 냄새도 안 난다.
하지만 100m를 간 뒤 체력이 방전됐다. 부표에 매달려 거친 숨을 내쉬었다. “힘들면 쉬었다 가세요. 실격 아닙니다!”
안전 요원의 응원에 힘을 내 12분 만에 300m를 완주했다.
수영을 하고 나니 너무 힘들어 한강 벤치에 1시간을 드러누웠다. 그런데 날씨가 너무 좋았다. 툭툭 털고 일어나 5㎞ 달리기 코스를 뛰었다. 뚝섬한강공원에서 올림픽대교까지 갔다 오는 코스다. 다리는 천근만근, 오르막을 오를 때는 허벅지가 터질 것 같았다.
하지만 주변을 보니 참가자들 표정이 밝았다. 웃음소리도 들렸다. 그제야 개망초, 금계국 등 한강 변의 꽃들이 눈에 들어왔다. ‘콘크리트 도시인 줄만 알았던 서울에도 이런 꽃들이 있었다니’ 놀라웠다. 마지막 코스는 자전거. 주차된 따릉이(서울시 공공 자전거) 1000대 중 마음에 드는 한 대를 골라 달렸다.
그렇게 3종목을 3시간 35분 만에 완주했다. 순위도, 기록도 매기지 않았다. 시민들은 초여름 한강을 즐겼다. 김도윤(10)군은 “오늘 엄마 아빠랑 하루 종일 재미있게 놀고 메달도 받았다”며 웃었다.
2년 전 갑상선암 수술을 받았다는 윤혜림(46)씨는 상급자 코스를 완주했다. 윤씨는 “암을 극복하려 수영을 배웠는데 오늘처럼 행복한 날은 처음”이라며 “한강이 이렇게 아름다운 줄 몰랐다”고 했다. 최고령자인 김희식(71)씨는 킥판을 잡고 폭 1㎞ 한강을 건너는 데 성공했다. 그는 “일생일대의 꿈을 이뤘다”고 했다.
‘스포츠 애호가’인 오세훈 서울시장도 상급자 코스에 도전해 완주했다. 오 시장은 “한강을 헤엄쳐 건넌 것은 처음”이라며 “한강 물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깨끗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