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란드 선거관리위원회의 투표 방법 교육 영상 한 장면. 선관위 관계자가 지지하는 후보 이름 옆에 있는 기표칸에 'X' 표시를 하라고 설명하고 있다. 'WYBRANY KANDYDAT'는 '선택하는 후보'라는 뜻./폴란드 선거관리위원회

1일 치러진 폴란드 대선에서 우파 정치인 카롤 나브로츠키가 승리했다. 이날 유권자들은 지지 후보를 찍기 위해 기표지에 ‘X’ 표시를 했다. ‘X’는 통상 부정하는 의미로 쓰이지만, 폴란드는 선거법에 따라 X를 공식 기표 방식으로 택하고 있다. 왜일까.

‘X 기표법’을 도입한 건 1856년 비밀투표제를 도입한 호주가 먼저였다. 이어 영국·캐나다·폴란드 등도 19~20세기 호주를 따라 비밀투표제를 도입하면서 같은 기표법을 따랐다. 오퍼 베렌슈타인 캐나다 캘거리대 교수는 2020년 관련 논문에서 “호주를 시작으로 다른 영어권 국가에서도 X가 선거의 표준 기호로 굳어졌다. 초등학교 학급 선거에서부터 X 기표법을 가르치는 국가도 있다”고 했다.

기독교 문화권에선 자신의 이름을 쓰지 못하는 문맹들이 서명을 할 때 십자가(十)와 같은 모양인 X를 기입하는 관행이 있었는데, 여기서 유래됐다는 관측이 있다. 십자가와 X를 영어로 하면 ‘크로스(cross)’로 같다.

한편, 3일 대선을 치르는 한국은 선관위가 제공하는 기표봉을 통해 ‘卜(점 복)’이 그려진 원 모양을 찍는다. 1992년까지 ‘人(사람 인)’을 쓰다가 이름에 ‘시옷(ㅅ)’이 들어가는 특정 후보가 연상된다는 이유로 바꿨다. 비대칭 형태인 卜은 기표지를 접다가 잉크가 번져도 무효표를 방지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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